나의 수필세계

금호강 물오리

죽장 2006. 4. 28. 08:40

  아침 금호강변을 거닐 때면 헤엄치고 있는 물오리 두 마리를 만난다. 녀석들은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는 물 속에서 한가롭게 사우나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더러는 날개로 물장구를 치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산책 첫 날 이 물오리 두 마리를 보는 순간 결정했다. “저 물오리는 내꺼다”라고-.

 

  다음 날 아침 오리들이 어제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확실하게 한 식구가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본래 주민등록이 없는 그들인지라 우리 집으로 전입신고를 할 필요도 없었지만 세대주인 나는 저들을 무방비상태로 두지 않고 의식주를 직접 챙겨 주었다. 이 금호강을 중심으로 아무데서나 주거하며, 여기 살고 있는 고기들은 마음껏 잡아먹으면서 살아가도록 허락을 하는 한편, 매일 아침 신변에 이상 유무를 보고받기로 하였다.

 

  어느 날은 싱거운 사람 하나가 나의 물오리를 향해서 돌팔매질을 하는 것이었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면서 말렸다. 오리들도 이런 염려가 전달되어서였는지 폴짝 날아올랐다가 다시 물 위에 내려앉으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오늘 아침도 이 금호강의 오리들로 인해 기분 좋게 산책할 수 있었다. 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금방 날아와 물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즐거운 목소리로 아침 문안인사 한 곡조를 뽑아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둑에는 유채꽃이 곱다. 매화꽃이 지고 난 골짜기에 복숭아꽃이며 산벚꽃도 내려와 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연초록의 새싹들이 다투어 환영인사를 연출하고 있었다.


  은은한 아침 안개 / 노랗게 핀 유채꽃 / 간밤 내린 봄비로 넉넉해진 강물 / 성큼 자란 들풀들의 군무 / 그리고 /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와 / 한가로운 물오리 두 마리가 함께 하는 / 금호강의 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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