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봄날은 온다

죽장 2006. 3. 6. 13:02
 

  어김없이 돌아온 계절은 먼 산 춘설 지붕 아래 머물고 있는 봄을 살금살금 끌어당기고 있다. 눈 녹은 물은 아래로 흘러 우리 집 거실에서 자라고 있는 느티나무에 닿아 새움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 아침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을 끝으로 올해의 꽃샘추위도 마감될 것이다. 씩씩하게 돋아나고 있는 새잎을 바라보니 봄은 이미 쾌속으로 내 곁을 지나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겨우내 입었던 외투를 벗어던지고 바깥으로 나가 봐야겠다.

 

  언덕 아래 보리밭이 파릇파릇 기지개를 켜고 있다. 꽃집마다 한껏 핀 꽃이 봄이 왔음을 노래하고 있다. 여인의 옷차림은 물론이고 거리에 나온 뭇사람들의 마음속에 봄이 나풀거리고 있다. 들판의 아지랑이가, 꽃집에 피어 있는 꽃이, 오가는 사람들의 화사한 표정에서 넘치는 봄 내음을 맡는다. 성큼 다가온 봄이 가슴에 안긴다.

 

  3월 들어 근무지가 바뀌었다. 일선학교를 한바퀴 돌아 4년 반 만에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보니 사무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지나간 계절은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오지만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환경은 그냥 있지를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계절의 변화에 순응해야 하듯이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편승해야 할 것이다. 춘3월의 사무실에 가득한 난향 속에서 다가온 봄을 맞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경사스러운 일에 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정착하고 있다. 사람이 가고 오는 길을 축하하고 축복해주는 꽃 선물이 얼마나 좋은가. 꽃향기가 사무실에 가득하다. 봄과 함께 바뀐 일터의 꽃향기 속에서 새로 맡은 일에 열심을 내면서 간구한다. 꽃을 보내준 손길에 새봄과 함께 행복이 가득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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