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고구마 굽다가

죽장 2005. 12. 12. 08:17

그저께는 혼자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고구마를 신문지에 싸서 전자레인지에 넣어 구워주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심심한 게 탈이었지요.

 

그런데 사택에 있는 레인지가 고물이라

타이머가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작동시키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적당히 하면 되려니 하고 동작시켜서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꽤나 흘렀나 봅니다.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나면서

레인지안의 신문지가 활활 타오르는 거 있지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황급히 문을 열어 타고 있는 신문지를 손으로 쓸어내었습니다.

새까맣게 숯이 된 고구마가 뒤따라 튀어 나오고

순식간에 집안은 연기로 가득찼습니다.

 

마누라 도착하기 전에 흔적을 지울려고 필사의 노력을 했습니다.

타다 남은 것들을 재빨리 치우고

문이란 문은 모조리 열어졎히는 한편

선풍기를 꺼내어 창밖으로 공기를 불어내는 등 열심히 정리를 했는데도

잘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실내의 연기가 마음처럼 쉽게 빠지지도 않고

매케한 냄새는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가도 여전한 거 있지요.

 

얼마 후 외출에서 돌아와 집안으로 들어서는 마누라가

기겁을 했음은 물론입니다.

불난 다음의 풍경이며, 냄새며..

 

방화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십니까?

손들고 방구석에 꿇어앉아 벌서고

반성문 쓰고 해야하는데

처음이라 관대히 봐줘서 넘어갔습니다.

 

동포 여러분,

모두들 불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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