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촛불을 켜고

죽장 2005. 12. 6. 09:46

정목일의 "침향"을 다시 읽었다.

 

촛불을 켜고 차를 우린다.

침향으로 손에 묻어있는 잡내를 청소하고

찻잔을 든다...

 

퇴근 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저녁부터 차를 마실 땐

촛불 아래서 마시자고.

"OK"

황우석 뉴스에, 눈사태 뉴스까지 끝나자

찻물을 올려놓았다.

나는 양초를 찾아 불을 붙였다.

다식으로는 어제 받아온 모니카를 내왔다.

 

차는 귀한 아이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너무 아끼지만 말고 맛이나 보자는 내 제의가 통한 것이다.

정목일의 수필에서 처럼 침향이 없어도 좋았다.

 

깊어가는 겨울 밤,

눈 녹는 소리도 잠든 밤.

문풍지 없이도 흔들리는 촛불 아래서

부부가 두 그림자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차.

그윽한 차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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