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

죽장 2005. 12. 8. 15:49

싸늘한 밤공기를 가르며

언제나처럼 강둑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장갑에, 목도리에, 마스크

그리고 두꺼운 외투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단풍은 낙엽으로 떨어져 하수구에 처박혀 있고

마른들풀들이 바람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을시년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마침 초엿새 싸늘한 달이 구름속에서 나와

눈 앞을 밝게 해줍니다.

나도 모르게 강바닥으로 내려 섰습니다.

강아지풀, 바랭이. 쑥줄기들을 비롯하여

시든 배추며, 콩넝클까지 달빛에 떨고 있었습니다.

보기에 너무 딱한 모습이었습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가는 어떤 나그네도 눈길한번 주지 않지만

결코 굽히지 않고 의연한 모습으로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웃는 것이었습니다.

손내밀어 악수까지 청하고 있습니다.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잊혀져 가는 쓸쓸한 모든 것들의 존재를 알게해준 달빛까지도

고마웠습니다.

 

오는 봄이면 싱싱한 모습으로 피어나겠지요.

잊지않고 기다리렵니다.

겨울내내 오가는 길마다 바라보겠습니다.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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