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고 나갈 시간이 임박해 온다.
두 주일 후면 봉급자에서 연금생활자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여러 선배들도 그랬겠지만, 나도 퇴임을 앞두고 이것저겻 분주하기만 하다.
우선 미국으로 두달간 갈 예정이다.
그동안은 이 카페에 기웃거리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이다.
나갔다오면 뭣을 할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게 되리라.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아직은 그냥 무덤덤하다.
지나간 세월, 잘 살았다.
그러나 능력이 못미쳐 받은만큼, 해야할 만큼 하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니, 국가사회, 부모와 가족, 교직 동료들
그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던 아이들에게 죄지은 기분이다.
이승에서 게을렀으니 저승에선 부지런해질런가?
남은 시간 마무리하고 이 자리는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떠날 날만 기다린다.
교문 밖에 발을 내딛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두리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