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17, 조선일보]
세월호 침몰로 숨져간 딸의 메시지를 전하며
- 최숙란 단원고 故 전수영 교사 어머니 -
내 딸 전수영 교사는 수영을 아주 잘한다. 가냘픈 몸매지만 오랜 수영 훈련으로 단련된 몸이다. 세월호 5층에 머물고 있었기에 살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바다로 뛰쳐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새내기 담임교사 수영이는 구명조끼도 양보하고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찾아 구조하기 위해 4층으로, 다시 3층 깊숙이까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기울어가는 세월호 안에서 학생을 힘껏 밀어올렸을 것이다. 구명조끼 없이 발목 부위 상처투성이로 34일 만에 발견된 모습을 보며, 다치고 지쳐서 주저앉아 가며 애쓰다가 밀려오는 바닷물에 마지막 최후를 맞이한 내 분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슷한 모습으로 발견되는 동료 교사들의 시신을 바라보며 숨조차 쉴 수 없다. 그래도 힘을 내 이들 영혼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은 배가 침몰하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만 살려고 아우성치지 않았다. 질서를 지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격려했다. 수영이는 "학생들 구명조끼 입히고 배터리를 아껴 학부모에게 연락해야 한다"면서 마지막 전화를 끊었다. 이들이 자신만 살려고 아우성쳤다면 대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선원들에 이어 교사들만 살아나오는 어이없는 결과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세월호의 마지막은 그런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바보스러우리만큼 질서를 지켰고 서로를 챙겼다. 이기심과 무책임한 사회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순간에도.
어쩌면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없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세월호라는 죽음의 환경과 닮아있는지 모른다. 그 환경이 현실화되었을 때 선장을 비롯한 안전 운항 책임자들은 자신만 살겠다고 배와 승객을 버리고 먼저 뛰쳐나왔다. 제대로 기능도 못하는 구명정을 묶어 매고 위험지역에서 속도를 높이며 어디로 방향을 꺾는지도 모르며 내달리는 대형 여객선의 무모한 질주가 공교롭게도 깨끗한 영혼을 가진 어린 학생들과 직업인으로서 꿈 많은 첫발을 내디딘 내 딸과 동료 교사들이 달리던 행복한 여행길과 겹치는 순간, 많은 제자와 함께 수영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학교에서 순수하고 도덕적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세상을 믿고 살아갈 수 있게 우리 사회는 변해야 한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사회의 안전 교육은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직업의식과 윤리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 직업윤리 등 기본적 자질에 대한 검증 없이 경력이 많다고 선장 같은 상위직으로 승진하는 것도 문제다.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그래서 어쨌든 자신의 목숨은 스스로 챙겨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산 교육으로 가르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그래야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이 어처구니없이 희생당한 것이 아닌 게 된다. 급박한 죽음의 환경 속에서도 침착하게 서로를 챙겨가며 동행한 운명공동체가 주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혼자 말한다. "수영아 잘했어, 괜찮아"라고. "잘했어"는 의무와 직업윤리를 끝까지 다한 전수영 선생님을 선배 교사였던 엄마가 칭찬하는 말이고, "괜찮아"는 엄마가 딸을 잃은 슬픔을 누르며 엄마를 걱정하고 있는 착한 딸의 영혼을 위로하는 말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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