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가재는 게 편이라 했으니

죽장 2014. 5. 7. 16:38

 

 

  신록이 나날이 짙어지는 오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지나고 나면 스승의 날이다. 자식에게 부모가 있는 것처럼 이 땅에서 태어나서 공부하며 자란 사람 누구에게나 스승은 있다. 평소 스승에 대해서 무심했던 사람들도 해마다 이맘때면 스승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스승이 계셔서 오늘 내가 존재하고 있는가? 지금 내 아이 곁에는 어떤 선생님이 계시는가?

   나는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학생들에게 스승의 은혜를 강조해 왔으나 금년은 세월호사고로 인하여 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이 역시 스승의 은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 생각한다.

   가재는 게 편이라 했으니, 먼저 단원고 수학여행을 인솔했던 선생님들이 생각난다. 기울어진 선체를 뛰어다니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빨리 빠져나가라고 소리친 선생님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SNS메시지를 통해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먼저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며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킨 선생님도 결국 살아나오지 못했다. 많은 학생들을 물속에 남겨놓은 체 살아왔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학교관리자도 생각난다.

   내 주변 상황도 만만치 않다. 특히 나처럼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학업성취보다 인성지도가 당면 과제가 된지 오래다. 수업을 거절하거나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 거칠고 삭막해지는 정신으로 폭력적인 학생, 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학생, 가정 해체로 제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며 방황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날마다 이들을 대해야 하는 교사들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직무에 불만족을 표출하는 교사들이 많다. 오죽하면 명예퇴직 희망자들이 급증하고 있을까. 이는 과중한 업무나 부당한 대우가 문제가 아니라 교사로서의 사명감, 존재감에 상처를 받는 일 때문이다. 세상이 교사를 자녀의 성장발달을 바르게 도와주는 인격체가 아니라 단순 지식을 전달해주는 월급쟁이로 내몰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교사들은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훈계하고 지도하는 교사와 관련 법규나 제도를 집행하는 역활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현실이다.

   학생의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흔히 자기 자식에 편향된 학부모와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 접한 내용이다.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이 없고 반성하지도 않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학생의 어머니는 그런 정도를 가지고 학교에서 내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려고 한다며 담임에게 악담을 퍼붓기도 한다. 그런 어른들에게 과연 존경하는 스승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인생의 좌표를 잃지 않고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을 주셨던 고마운 스승 한 분쯤은 있었을 것 아닌가.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생각해 본다. 오늘 교사들은 참으로 입지가 좁고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담당 교과의 지도는 당연한 것이고, 평소 학생들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며 상담하는 일을 절대로 게을리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내가 맡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만이 교사의 자리를 빛나게 해주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내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를 인정하는 학부모,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학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교사기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이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 모두의 어깨에 은혜와 감사와 축복이 소리없이 쌓이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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