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꿈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다. 돼지꿈 용꿈을 꾸어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태몽을 꾸어 기다리던 아들이며 딸을 낳았다는 얘기도 들었고, 꿈 덕분에 부자도 되고 임금도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한 때 제대로 된 꿈을 꾸어서 평소의 소망을 이루고 싶다는 상상도 했다. 이제는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오르기를 포기했듯이 꿈을 꾸어서 이루고 싶은 포부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누구에게 쫓기다 눈을 뜨면서 꿈이었음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비록 꿈일지라도 행운을 예고하는 내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이지 악몽은 꾸고 싶지 않다.
몇 년 전,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그랜드캐니언에 갔을 때이다. 선물용품 가게 한구석에서 이색적인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열쇄고리 모양을 한 것으로 작은 링에 실로 그물처럼 엮어놓았고, 아래로 구슬과 깃털이 메달려 있다. 신기하게 생각하며 이름을 물으니 ‘드림캐쳐’라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주술품으로 잠 잘 때 머리맡이나 창문에 걸어 두면 악몽을 잡아주어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것이라 한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점원의 설명은 더 길어진다. ‘한 노파가 침상 옆에 거미가 줄을 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옆에 있던 어린 손자가 거미를 발견하고 죽이려는 것을 못 하게 말렸다고 한다. 그 후 거미 여신이 감사의 표시로 준 선물이 바로 드림캐쳐라고 한다. 해와 달을 상징하는 원형의 고리 안에 엮인 실은 악몽을 잡아주는 그물 역할을 하는 거미줄이며, 아래에 달린 구슬은 붙잡힌 악몽이 아침햇살을 받고 사라지는 이슬이라고 한다. 드림캐쳐의 올빼미의 깃털은 여성용이며 현명함을 상징하고, 독수리의 깃털은 남성용으로 용기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제주행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되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수학여행을 나선 수 백 명의 학생들, 회갑여행을 떠난 초등학교 동기생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청춘남녀의 영혼이 팽목항 앞바다에 머물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침몰현장을 지원하던 대조영함 승조원 Y병장과 자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막다른 선택을 한 단원고 K교감은 또 어쩌나?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먼 길 떠난 자는 말이 없지만 남은 가족들의 가슴에 새겨진 트라우마는 오랫동안 괴롭힐 것이다. 구조된 학생들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들 모두가 드림캐쳐 하나씩 머리맡에 걸어두었다 아침을 맞으면 어떨까? 참혹했던 상황의 기억이 한낱 악몽처럼 거미줄에 걸렸다가 이슬처럼 사라지리라는 소박한 생각에서 해보는 소리다.
'나의 수필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회 전국수필낭송대회 (0) | 2014.07.01 |
---|---|
가재는 게 편이라 했으니 (0) | 2014.05.07 |
유학산 사연 (0) | 2014.03.11 |
단계(丹溪) (0) | 2014.02.25 |
마음 나누기 (0) | 2014.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