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28, 미디어다음]
나는 한국의 커피농사꾼입니다
주동일씨의 커피농장에서 발아 중인 커피. 흙 속에 커피씨앗을 심은 후 40여일이 지나면 줄기가 올라오고
3개월이 지나면 초록색 떡잎이 생긴다.
주동일씨가 전남 고흥군 점암면 커피농장에서 잡초제거 작업을 하다 환히 웃고 있다. 그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커피농사가 가능할까. 전남 고흥에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국내산 커피를 생산하려는 무모한(?) 농사꾼이 있다. 스스로를 커피농부라 일컫는 주동일씨(58)가 관상용이 아닌 온전한 농사로서의 커피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고흥군 점암면의 한 들판에 자리한 1983㎡(600평) 비닐하우스에 수천 그루의 5~6년생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중 1500여 그루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나머지는 화분에서 자라고 있다. 하와이 코나, 코스타리카 타라주, 케냐 AA 품종이다. 주씨는 매일 아침 보온덮개 지붕에 내린 서리가 녹기를 기다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농사일을 시작한다. 온도조절과 수분공급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인지 겨울인데도 초록색 커피나무 가지마다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저녁에는 다시 비닐하우스에 보온덮개를 씌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밤에도 비닐하우스의 실내온도는 4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서 키운 커피묘목을 고흥 땅에 옮겨심기 시작한 2012년부터 주씨는 비닐하우스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비닐하우스 한 귀퉁이에 주거공간을 마련해 밤낮으로 커피나무의 성장을 지켜봤고, 컨테이너 박스를 비닐하우스 옆에 설치해 아내와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커피농사는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북에서 10년 이상 유기농 농사를 지었다. 채소부터 과수까지 50여종에 이르는 농사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불현듯 찾아온 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했고, 농사일을 함께한 아내마저 퇴행성관절염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새로운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이전보다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커피다. 다른 농작물에 비해 노동력이 덜 들고 지속적인 수확이 가능해서다. 국내 커피시장의 급속한 확장세도 구미를 당겼다. 경작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따뜻한 남쪽 땅 고흥을 택했다.
커피농사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적도를 중심으로 한 적정재배지역보다 위쪽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기후는 저렴한 경작비용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노지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국내에서 상업적 커피재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뛰어난 농업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품종선택과 가공을 잘한다면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주씨의 커피농장을 다녀간 김용덕 테라로사 커피공장 대표(54)의 말이다.
올봄, 그는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를 고흥 과역면에 별도로 조성하고 있는 1652㎡(500평) 커피체험농장 비닐하우스로 옮겨 심는다. 제대로 수확을 하려면 땅에 옮겨 심어야 한다. 내년 봄엔 처음으로 커피를 수확할 예정이다. 올해도 수확이 가능하지만 고품질의 커피를 위해 지속적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커피꽃 개화시기를 조절하며 나무의 실속을 다지고 있다. 커피농사의 성공 여부는 오직 품질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농업의 기본은 관찰과 처방이다. 농부는 농작물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유기농 농사로 다져진 그의 농사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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