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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보다 영어 잘해야 한다?

죽장 2013. 12. 3. 13:23

[2013.12.3, 조선일보]

반기문 총장보다 영어 잘해야 한다?

 - 차경환 중앙대 교수 -

 

최근 한 영어 능력 관련 실험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UN 연설 육성을 연설자의 얼굴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서 들려주었을 때,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내 자식은 저분보다 영어를 더 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열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칭찬을 했을 정도라지만, 특히 영어에 대한 교육열은 두드러진다.

올해는 우리 영어 교육 130주년이 되는 해이다. 1883년 동문학(同文學)이라는 학교를 만들어 영어 교육을 시작했던 것이 한국 영어 교육의 효시였는데, 당시 최초의 영어 강사는 영국인과 독일인 전기통신 기술자였다.

영어 강사조차 없었던 나라에서 이제는 학생들은 물론 많은 직업인에게도 영어가 운전면허와 같은 기본 소양의 일부가 됐다. 또 우리보다 영어 교육을 70년 먼저 시작한 일본보다 토플·토익 성적이 높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듣기 문항과 초등 영어 교육의 도입에 관해 일본이 우리에게 한 수 배우러 오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영어 실력이 낮다고 여긴다. 얼마 전 필자의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ACTFL 영어 능력 11단계 지표를 보여주며 자신의 영어 능력을 평가하라고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자신의 영어 능력을 평균 2~3단계 낮추어 평가했다.

왜 그럴까? 필자 생각엔 눈높이가 과도하게 높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 반기문 총장의 영어 실력이 만족스럽지 않을 정도다. 사람들은 CNN을 막힘 없이 듣고 오바마 대통령처럼 영어를 구사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공교육에서 영어를 배운 시간은 10년간 822시간이다. 온종일 공부할 경우 겨우 34일에 불과하다. 또 다른 이유는 점수 위주의 영어 공부를 하다 보니 실용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영어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앞으로 우리 영어 교육의 전망이 아주 밝다는 희망이 있다. 1997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실시한 덕분에 요새 영어교육과 입학생의 70% 정도는 영어 수업이 가능할 정도 실력이다. 또 최근 15년 이내 임용된 교사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매우 유창하다. 교사의 영어 능력이 학생의 영어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내로 우리의 영어 능력은 급속히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