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4, 조선일보]
결국 좋은교사가 해법이다
- 김윤덕 여론독자부 차장 -
'오바마에게 진실은 누가 말해줄 건가?'
잊을 만하면 한국 교육을 극찬하는 미국 대통령 때문에 엄마들 사이 생긴 우스갯소리다. '진실'을 알아야 할 사람들이 또 생겼다. 이번엔 스웨덴이다.
지난주 스웨덴에서 '한국식 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사회민주당 당수 스테판 러벤이 "스웨덴의 교육 경쟁력을 키우려면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탓이다. 러벤은 조선일보(2013년 10월 30일자) 인터뷰에서도 "대학 진학률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데, 스웨덴은 25~34세 인구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이 42%인 반면 한국은 63%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부러워했다. 그러자 스웨덴 교육부 장관이 발끈했다. "한국 고등교육의 질은 스웨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결코 롤모델이 아니다"며 맞섰다.
오바마에 이어 스웨덴까지 한국을 운운하니 우리의 주입식 교육에 뭔가 대단한 힘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려온다. 물론 아니다. 세 살배기들이 한 달 150만원을 웃도는 영어 유치원에 몰리고, 특목고 많이 보낸다는 수학 학원에 등록하려 과외를 받고, 이맘때면 대학 낙방을 비관한 자살 뉴스가 쏟아지는 나라의 교육이 우수할 리 없다. 그럼 왜 스웨덴에선 느닷없이 한국 타령인가.
복지, 양성 평등, 행복지수 등 '살기 좋은 나라' 상위권을 다투는 스웨덴에 유일한 고민이 있다면 '교육'이다. 그 콤플렉스를 강화시키는 게 과거 그들의 식민지였던 핀란드다. 같은 북유럽 국가지만 OECD가 3년에 한 번 발표하는 PISA(학업 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에서 핀란드가 1~2위를 다투는 반면 스웨덴은 중위권을 맴돈다.
그 이유가 궁금해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제도와 교사 수준, 학부모 의식을 비교한 논문을 찾아본 적이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거의 비슷했다. 창의와 인성 위주의 교육, 토론식 수업, 맞춤형 교수법까지 쌍둥이다. 격차를 보인 항목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도였다. 스웨덴은 그 신뢰도가 50% 언저리인 반면 핀란드는 90%에 달했다. '교사에 대한 믿음'이 두 나라의 교육 경쟁력을 갈라놓은 셈이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의사, 변호사보다 '존경받는' 직업이다. 상위 10% 성적이어야 교사 관문을 뚫을 수 있고 석사 학위가 있어야 채용된다. '자기 성찰'과 '합리적 권위'를 중시하는 핀란드 학교에서 교사는 아이들 삶의 '멘토'다. 40년에 걸친 교육 개혁을 정부에만 맡겨두지 않았다. 제 살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교육의 정도(正道)를 모색했다. 신뢰는 여기서 싹텄다.
핀란드가 암울한 한국 교육에 한 줄기 빛이 된 적이 있다. 식민 경험으로 인한 교육열, 교사의 전통적 지위가 높다는 점에서 양국이 흡사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를 갈라놓은 건 '사람 농사'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상반된 접근방식이었다. '한 명의 낙오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와 '살인적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아이들만 키우겠다'는 아집. PISA 1~2위를 다투지만 한 곳은 교육 천국, 다른 한 곳은 입시 지옥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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