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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올림픽 다시 우승, 젊은이 눈길 기술로 돌릴 계기로

죽장 2013. 7. 9. 10:27

[2013.7.9 조선일보 사설]

기능올림픽 다시 우승, 젊은이 눈길 기술로 돌릴 계기로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42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리 대표단이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를 따 52개 참가국 가운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는 2년마다 열리는 기능올림픽에 1967년 16회 대회부터 27번 출전해 모두 18번 종합 우승했고, 2007년 이후 4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1970년대만 해도 기능올림픽 입상자들은 서울 도심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대통령이 훈·포장을 직접 목에 걸어주었다. 그때에 비하면 기능올림픽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많이 시들해졌다. 생산 자동화로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면서 숙련된 근로자를 바라보는 기업의 눈이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이 어느 기업이 표준화된 제품을 더 싼 값에 더 많이 생산해내느냐에 달렸던 시대로부터 누가 장인(匠人)의 솜씨로 더 고급화된 품질과 멋진 디자인으로 승부할 수 있느냐에 달리는 쪽으로 환경이 바뀌고 있다. 유럽 경제가 뒤뚱거려도 독일 경제가 견고하고 이탈리아가 여전히 가죽 제품과 패션 분야에서 굳건한 경쟁력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이 나라들에선 숙련된 기능인들이 최고 품질의 상품을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독일은 각 분야 최고 기술자들이 대문 문패와 묘비 이름 앞에 '기술 명인(名人)'을 뜻하는 '마이스터'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붙일 정도로 사회 전체가 장인을 존경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 기술과 기술 장인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접하는 분위기는 못 된다.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이 통닭을 배달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에는 기술자의 서글픔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체념까지 어른거린다.

중학교 졸업 후 제화점에서 배운 기술로 1984년 기능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안토니 바이네르 제화의 김원길 대표는 작은 구두 회사를 차린 지 20년 만에 유명 백화점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입점한 국내 3위 구두 브랜드 업체로 일궈냈다. 고교 중퇴 학력으로 전국 기능올림픽 정밀기계 제작 분야에서 1등을 했던 최우각 대성하이텍 대표는 2011년 정부로부터 '3000만불 수출의 탑'을 탔고 작년 2월엔 금오공과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과 기술의 장인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사회는 그 부작용을 떠맡게 된다. 대학 졸업장을 따려고 너도나도 껍질만 대학 모양을 한 대학으로 몰려가고, 4년을 허송세월한 다음 다시 청년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는 젊은이가 갈수록 늘어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제개발 시대에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숙련된 일손들의 흰머리는 늘어가는데 기술을 물려줄 젊은 인재는 갈수록 줄어드는 기술 단절(斷絶)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대기업들도 현장의 장인이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이 길을 걸으라'고 권유할 분위기를 회사 안에 만들어야 한다.

경제 규모가 커져도 일자리가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늘더라도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힘든 경제 구조다. 그러나 기술 장인을 길러내면 거대 기업의 경쟁 틈바구니에서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블루오션이 있다. 정부는 어려운 환경에서 또 개가(凱歌)를 올린 기능올림픽을 계기로 경제의 새 활로(活路)를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