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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왜 학교를 떠났나

죽장 2013. 8. 19. 17:08

[2013..8.8, 조선일보 : 학교 밖으로 사라진 아이들 28만명]

[1] 아이들은 왜 학교를 떠났나

 

- 무관심한 선생님들

교내에서 담배 피워도 방관, 70일 무단결석해도 안 찾아… 자퇴냐 전학이냐 선택하래요

- 교실엔 무서운 애들

사육사 되려고 농고 갔는데 우르르 몰려다니는 아이들… 걔들이 절 죽일 것 같았어요

- 하지만 나만의 꿈이

가수의 꿈, 담임은 이해 못해… 하루에 6~8시간 연습해요, 지금은 정말 행복합니다

 

28만명. 국가가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 있지 않다. 그런데 학교는 물론 나라가 운영하는 그 어떤 ‘시설’에도 이들은 없다. 따라서 통계에도 안 잡힌다. 전체 학령기 인구(초1~고3)의 4%가 학교 밖으로 튕겨나간 것이다.

이들은 크게 세 집단이다. ①음식점·주유소·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 ②집에 틀어박힌 아이들 ③나름대로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이다. ③번 집단은 안타깝지만 소수(少數)다.

유순덕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하나마 ‘계획’을 가진 아이는 10명 중 2~3명뿐이에요.” 그들도 막상 학교 밖에 나오면 갈팡질팡하다가 주저앉기 일쑤다. 아이들의 육성(肉聲)을 전한다.

 

◇"학교? 가봤자 할 일이 없어요"

"중1 때 관뒀어요. 원래 공부를 잘 못했죠. 중학교 가니까 확 어려워지더라고요. 별로 좋은 학교도 아니었어요. 애들이 쉬는 시간에 운동장 스탠드에서 담배 피워요. 주민들이 스탠드 내려다보고 전화하면 선생님들이 '그냥 놔두라'고 해요.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피웠어요. 그래도 중1 때는 바짝 잡아요. 툭하면 단속하고 벌점 매겨요. 학교 가봤자 할 일도 없고 귀찮기만 했어요. 70일쯤 무단결석했어요. 선생님이 안 찾느냐고요? 안 찾던데요. 친구 엄마는 한 번 전화했어요. 자기 애랑 놀지 말라고. 길 가다 선생님과 마주친 적이 있어요. '이리 와 봐' 하길래 '싫어요' 했더니 그냥 자기 가던 길 갔어요. 출석 일수 하루 남았을 때 학교에서 불렀어요. '어쩔 거냐?' 묻길래 '안 다닐래요' 했더니 '알겠다'. 그게 끝. 여섯 살 때 아빠(45·막노동)한테 맞아서 입원했어요. 엄마(47·공장 생산직)가 잠깐 가출했을 때인데, 아빠가 저 데리고 찾아다니다가 제가 자꾸 뭐 사달라니까 열 받았나 봐요. 오토바이 훔치다 몇 번 걸렸어요. 지금까지 훔친 거요? 다 합치면 한 30대 정도. 아빠가 '기다려줄 테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라'고 했어요. 때리진 않고요. 엄마는 울죠. 경찰서 와서도 울고, 제가 화장품 사줬을 때도 울고. '면허 따면 사줄 테니까 훔치지 말라'고 했어요. 비슷한 애들 20~30명과 밤마다 놀이터에서 놀아요. 몇 명은 소년원 갔어요. 오토바이 몰다 죽은 형도 2명 있고요."(이원영·가명·15·2011년 자퇴)

 

◇"미래? 우선 배달 좀 하다가…"

"오토바이 훔치고 편의점 털고…. 폭행·특수절도로 한 4번 걸렸어요. 작년 10월(당시 A공고 1학년) 사고 좀 쳤어요. 선생님이 대뜸 '자퇴하든가 전학 가라'는 거예요. '○ 같아서 자퇴한다'고 그 자리에서 자퇴서 썼어요. 지금 제일 필요한 거요? 고등학교 졸업장이죠. 그래도 학교는 진짜 아니었어요. 입학식 날 선배들이 신입생을 막 때렸어요. '신입빵'이죠. 미래? 별로 생각 안 해봤어요. 우선 배달 좀 하다가 내년쯤 방송통신고 갈까 해요. 좋은 선생님도 있긴 있었죠. 초등 3학년 때 주의력결핍장애(ADHD)로 약을 먹었어요. '정신병자'라고 놀리는 애를 때려줬어요. 학교에선 보통 때린 애랑 놀린 애 중에 때린 애만 혼내요. 그런데 담임이 '약점을 놀린 게 더 나쁘다'면서 걔한테 부모님 모셔오라고 했어요. 그 선생님은 지금도 생각나요."(박진성·가명·17·2012년 자퇴)

 

◇"'알아서 학원 다니라'던데요"

"중학교 때 부반장도 하고 성적도 상위권이었어요. 하지만 몸도 약하고 생리통이 너무 심했어요.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겁이 났는데, 가보니 정말 모든 게 입시 위주였어요. 전원이 무조건 오전 7시 40분까지 와서 밤 10시까지 '야자(야간자율학습)' 해야 된대요. 그런다고 진짜 입시를 열심히 도와주는 것도 아니었어요. 국어 선생님이 첫 수업 때 '수시랑 수능이랑 따로 준비해야 하는 거 알지?' 했어요. 자기는 그냥 교과서대로 진도 나갈 테니 알아서 학원 다니란 얘기죠. 숨이 막혔어요. 뭐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저 말고 다른 애들도 없을걸요. 누가 조금만 잘못해도 사정없이 험담을 해요. 다 경쟁자니까. 자퇴서 내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위(胃)에 구멍이 났네. 한 2년 됐겠는데, 어떻게 버텼니?' 했어요."(김영아·가명·16·올 3월 자퇴)

 

◇"교실에 무서운 애들이 득실대요"

"초등학교 때 뚱뚱했어요(155㎝· 70㎏). 친했던 애가 노는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더니 제 험담을 했어요. 중학교 가니까 우르르 몰려다니는 애가 더 많았어요. 걔들이 거인처럼 커보였어요. 저 같은 개미를 심심풀이로 밟아 죽일 것 같았어요. 동물을 좋아해서 사육사 되려고 농고에 갔어요. 첫날부터 기겁했어요. 무서운 애들이 중학교 때는 한 반에 3분의 1쯤 됐는데 여긴 그런 애들 천지였어요. 집에 와서 계속 울었어요. 엄마(43·골프장 직원)가 먼저 '자퇴하라'고 권했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사는 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자퇴할 때 선생님이 딱 한마디 했어요. '뭐 너는 꿈이 확실하니까.' 어차피 남이고 다시 안 볼 사람이니까 아무 느낌 없었어요."(정희선·가명·16·올해 3월 고1 자퇴)

 

◇"나는 남들과 꿈이 달라요"

"전 음악하고 싶어요. 솔직히 공부 쪽은 아니에요. 원래 공고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인문계 갔어요. 고1 겨울방학 때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R&B 하고 싶어요. 실력을 닦아서 오디션 프로그램도 나가고요. 잘 가르치는 선생님 수소문해서 피아노와 보컬을 배우다 고2에 올라갔어요. 근데 담임이 완고했어요. '너만 야자 빼줄 수 없어. 음악 학원 다닌다지만 그 시간에 진짜 뭘 할지 어떻게 아느냐?' 아빠(60)가 택시 몰다가 5년 전 교통사고로 목 아래가 마비됐어요. 공동 병실에 누워있어요. 아빠한테 자퇴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너도 나처럼 힘들게 산다'고 했어요. 가슴 아프죠. 그래도 제 생각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요새 하루 6~8시간 연습해요. 그때 정말 행복해요."(박성언·가명·17·올해 5월 자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