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 조선일보,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새 해가 뜬다, 세상이 기지개를 켠다
어둠이 덮여도 빛은 기어코 돋는다. 해는 오래됐지만 그 빛은 나날이 새롭다. 어제 본 해라도 새해 새 아침을 여는 해는 유난히 벅차다. 오늘의 사람은 옛적 해를 보지 못해도 오늘의 해는 일찍이 옛적 사람을 비췄으니, 일출(日出)을 맞는 느꺼움이 옛 그림에도 남아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그림을 보라. 온 누리가 새 빛을 맞이하느라 들떠 있는 정경이다. 붉은 해는 등마루 너머로 솟는다. 첩첩 산봉우리들이 햇살을 받아 멀리서 가까이서 잇따라 꿈틀거리고, 훤칠한 소나무와 뾰족한 수목들은 한껏 팔 벌리며 기지개를 켠다.
- '해맞이'… 유성업 그림, 비단에 채색, 30.8×24.7㎝, 17세기, 간송미술관 소장. 오른쪽은 그림의 왼쪽 아래를 확대한 것.
왼쪽 맨 아래로 눈을 돌리자. 자그마하게 그려진 사람들이 있다. 둘은 보나마나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다. 때때옷 입은 손자는 떠오르는 해에게 손짓한다. 할아버지도 고개를 돌린다. 조손(祖孫)이 함께하는 해맞이가 다정하기 그지없다.
그린 이는 조선 중기 사람인 유성업(柳成業)이다. 그는 광해군 시절에 조선통신사를 수행해 일본에 건너갔던 화원이다. 보기에 따라 흔한 연하장 같기도 한 작품이지만,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고자 한 작의(作意)가 신통하다. 새해 들면 누구나 꿈꾼다. 뜻해야 만사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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