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3, 조선일보 기자수첩에서 퍼온 글]
사진 3장의 충격...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
학교 현장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세 장의 사진은 충격을 줬다. 학교 안에서 두 학생이 입맞춤을 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본지 20일자 A1면), 교실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의 사진(본지 20일자 A3면), 그리고 남녀 고등학생 수십명이 운동장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진(본지 21일자 A8면)이 본지에 실리자 독자들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학교폭력 사건이 잇따르자, 본지 기자들은 전국의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취재했다. 적지 않은 곳에서 당혹스럽고 어이없는 모습이 렌즈에 담겼다.
고등학생들의 집단 흡연 모습이 찍힌 장소는 학교 건물 뒤편도, 화장실 근처도 아니었다. 탁 트인 운동장 앞이었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학교 운동장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근처에 교사들이 있었다면 역겨운 담배 냄새에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학생들은 30여분간 담배를 피우고 잡담을 했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남녀 학생 둘이 껴안으며 입을 맞추는 민망한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1~2분여 동안의 스킨십이 끝나자마자, 하교하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올 정도로 공개된 공간이었다. 두 장의 사진은 렌즈에 담긴 장면들 중 일부였다. 위의 두 학교는 이번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의 비율이 각각 39%, 33%였다. 일진 인식률 전국 평균인 23.6%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 10대들이 학교 안에서 남녀가 부둥켜안고 입 맞추는가 하면(위 왼쪽), 교실에 앉아 창문 밖으로 유유히 담배 연기를 뿜고(위 오른쪽), 운동장에 수십명이 모여 단체로 흡연을 했다(아래). 최근 학교폭력 사태와 관련해 본지 취재진의 카메라에 찍힌 장면들이다. 이처럼 교내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는 일탈행위를 제지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다른 학교 주변에선 길가에서 학생 3명이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학생에게 맞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인근 세차장에서 일을 하던 직원도, 유치원에서 아이를 배웅하던 교사도 이 장면을 목격했지만 말리는 이는 없었다. 10여분 뒤에 20대의 한 젊은이가 "너희 뭐 하느냐"고 주의를 주니 그제야 학생들은 눈치를 보며 흩어졌다.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기관이 몰려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학생들은 어른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흡연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았다.
사진들을 본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본지에 의견을 보내왔다. 학부모들은 "불안해 아이를 학교에 못 보내겠다"고 하고, 선생님들은 "교사 탓만 하는 건 너무하지 않으냐"고 했다. 중·고생 두 아들을 키운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갔는데 여학생의 80% 이상이 교복을 줄여 미니스커트로 입고 다녔고, 절반은 화장하고 다녔다. 남자 화장실에선 찌든 담배냄새가 진동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교사들은 체벌 금지 등으로 인해 학생들을 지도하기 힘들어졌다고 호소한다. 한 교사는 "운동장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문제가 어디 교사들만 책임질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야단을 치겠느냐, 체벌을 하겠느냐? 그랬다간 수십명 학생 앞에서 봉변만 당했을 거다"라고도 했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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