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학교폭력 끝까지 처리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죽장 2011. 12. 29. 14:27

[2011.12.29, 조선일보]

"학교폭력 끝까지 처리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우리는 장난이었는데 피해 학생이 힘들 줄 몰랐다’라고 한 말에 사람들이 놀랐잖아요. 그런데 실제 그런 가해학생이 정말 많거든요. 이번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이제야 인식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경기도의 중ㆍ고교에서 3년째 전문상담 순회교사로 근무해 온 성나경(29·여)씨는 1년에 집단상담을 포함해 2천800명을 상담한다. 상담건수는 600~800건에 달하는데 학교폭력, 대인관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성씨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본 아이들과 가해학생으로 지속적인 비행을 저지르고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이 아무런 대안 없이 잊히는 것이 두렵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갈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성씨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대체로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피해 학생은 내성적이고 친구가 별로 없고 싫어도 싫다는 이야기가 별로 없으며 부모와의 유대가 떨어지며, 가해학생은 이런 피해학생을 찾아내는 ’본능적인 눈’이 있다는 것이다.

성씨는 “처음부터 아이들이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다. 처음엔 친구로 받아주고 조금씩 놀아주다가 심부름을 시키고 종처럼 부리다가 아이를 버린다”며 “피해자들은 친했던 아이가 멀어지면서 이 아이들에게 싫다는 이야기도 못하고 거절도 못하면서 노예처럼 혹사당한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그는 ’아무도 끝까지 처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들었다.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데 대해서는 “학교에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교사들이 총알받이가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일을 크게 만든다’며 관리자들에게 눈치를 받고 가해학생과 학부모에게 원성을 듣는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교사들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발을 뺀다”고 설명했다.

또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하면 ’학교의 강압적인 조사로 아이가 겁을 먹어 진술서를 거짓으로 썼다’고 주장하는 등 아이와 함께 거짓말을 하거나 ’내 자식이 아니니까 묻지 마라’는 식의 방임형인 경우가 많아 담임교사가 벽에 부닥칠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법률에서 서면사과, 공개사과,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권고, 전학 등 처벌 단계를 제시했지만 정확한 처벌 기준이 없어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제각각인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씨는 “모욕 시 서면사과 및 공개사과, 폭행하거나 돈을 뺏는 경우는 사과와 교내ㆍ사회봉사, 3주 이상 폭행의 경우 사회봉사ㆍ특별교육 등과 같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학교폭력에서 아이들이 보복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보복 시 강제 전학을 권고한다는 조항이 꼭 필요히다”고 강조했다.

성씨는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의무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며 “의무조항을 안 지켰을 때 학교장이 벌금을 물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씨는 “자살하는 것은 중학생, 고등학생이 많지만 왕따의 시작은 대체로 초등학교다. 시작 단계에서 뿌리를 잡으면 해결되지만 이것이 만성화된 중학교 때는 거의 손 쓰기가 어렵다”며 초동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가해자에 대한 집중 치료와 처벌도 필요하다”며 “도덕적 민감성, 공감능력을 향상시키고 불안, 우울, 분노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나쁜 일을 하면 벌 받는다’는 경험을 반드시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