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인간의 기본'가르치기를 포기한 학교와 가정

죽장 2011. 11. 10. 21:12

[2011'11'10 조선일보 사설]

'인간의 기본' 가르치기를 포기한 학교와 가정

 

지난 1일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15)이 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를 갖고 있다가 복도에서 마주친 교감선생님(51)이 이를 압수하자 "내 돈 주고 산 담배를 왜 뺏고 ××이냐"고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때리고 발로 배를 걷어찼다. 20일 전에는 광주의 한 중학 2학년 여학생(14)이 수업태도를 나무라는 여교사(31)의 머리채를 붙잡고 욕설을 했다. 앞의 학생은 학교가 출석정지 10일의 징계로 일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시교육청이 알고 이 학생을 경찰에 고발했다. 뒤의 여학생은 부적응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대안교육기관에 위탁돼 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이 교사를 희롱하고 욕하고 때리는 일은 다반사가 돼버렸다. 교사 폭행·협박사건은 2006년 7건에서 2010년 146건으로 5년 새 21배, 욕설·폭언은 27건에서 330건으로 12배 늘었다.

우리 가정과 학교는 아이들에게 '인간의 기본'을 가르치는 기초 도량(道場)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 가정은 아이 교육을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에 떠맡기고 외아들·외동딸 응석 받아주는 걸 양육(養育)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초·중·고에 이르는 기간은 백지 위에 인격을 만들어가는 시기다. 왜 작은 질서도 꼭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지, 왜 스승과 윗사람에게 공손해야 하는지, 왜 나의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를 소중히 해야 하는지 등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도리를 배우는 때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의 학교는 골치 아픈 훈육(訓育)은 포기하고 수학·영어 지식만 일방주입하는 입시 준비 기관으로 내려앉았다.

작년부터 일부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밀어붙인 체벌 전면금지와 학생인권조례가 이렇게 망가져가는 교육현장을 회복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지난 5년 교권침해 사건의 절반이 작년 한 해에 일어났고, 그중 39%가 곽노현 교육감이 체벌금지를 지시한 서울에서, 26%가 김상곤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학생들이 '무슨 짓을 해도 학교와 선생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채면서 학교는 정글로 변했다.

우리 학교가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않으면 교권단체들이 으레 들고 나오는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법' 같은 교권보호 장치를 만들어봐야 교육의 둑이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