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19. 사설]
우리 교육의 근원적 문제 찾아야 할 때
경북 영주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해오다 견디지 못해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년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정부가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학교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영주 중학생은 작년 5월 학교 심리 검사에서 '자살 고(高)위험군' 판정을 받으며 학교·부모 등 주위에 절박한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 '2011 전국 학교 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작년 한 해 따돌림·욕설·구타·금품갈취를 당한 적이 있다는 학생이 5명 중 1명꼴(18%)이었고 피해 학생의 31%가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당한 쪽은 이처럼 심각한데 정작 가해 학생은 70% 이상이 '장난으로'(34%) '상대방이 잘못해서'(20%) '특별한 이유 없이'(18%) 그랬다고 응답했다. 피해 학생 비율은 재작년 12%에서 1년 새 무려 50%나 늘었고 폭력의 양상은 날로 잔인·흉포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여성가족부·법무부·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함께 학교 폭력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폭력 학생 처벌을 강화하고 복수(複數) 담임제를 도입하고 매학기 1회 이상 학생 면담을 의무화하고 체육 시간을 50% 늘린다는 등 85개 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정적 수단이 학교 폭력 대처에 응원군은 될 수 있어도 주력군이 될 수는 없다. 궁극적인 해법은 교육 현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학교 폭력이 줄어들려면 아이들이 달라져야 하고, 그러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변해야 한다. 학교 아이들을 바꿔보려고 진심으로 애쓰는 교사가 과연 얼마나 있으며, 우리의 교사 양성 제도가 그런 교사를 배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길게는 폭력의 씨앗이 자랄 수 없도록 학교 자체를 바꿔가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목적과 방법을 이대로 끌고 가는 것이 옳으냐는 근원적인 물음도 던져봐야 한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지금의 교육이 협동 정신과 인간성을 함양하는 교육과 반드시 상충(相衝)하는 가치여야 하는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가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해법을 모색하는 교육자들의 운동이라도 일어나야 할 상황이다.
'교육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간고, 야간대 (0) | 2013.01.23 |
---|---|
사진 3장의 충격 (0) | 2012.04.23 |
"학교폭력 끝까지 처리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0) | 2011.12.29 |
'인간의 기본'가르치기를 포기한 학교와 가정 (0) | 2011.11.10 |
그림으로 읽는 동양인의 이상향 (0) | 2011.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