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한술 더 뜨는 학부모

죽장 2012. 1. 27. 10:32

[2012.1.27, 조선일보]

한술 더 뜨는 학부모

  지난해 3월 경기도 A초등학교에 전학 온 김모(13)군은 반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반에서 학생 몇 명이 "씨X, 왜 꼬나보냐?" "XXX, 다 너 때문이다" "니 까짓게 뭔데 지X이냐"며 툭하면 욕하고 시비를 걸었다. 머리를 치거나 발로 엉덩이를 차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군의 어머니는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곧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다.
  가해학생 부모가 "우리 애가 때리기라도 했냐"고 되묻고는, "난 우리 아들을 믿고 애들 일에 어른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당신 자식이나 똑바로 가르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군의 어머니는 "직접 찾아와 사과해도 화가 풀리지 않을 텐데 자기 자식만 감싸는 게 너무 분하다"고 했다.

'왕따폭력' 피해학생들과 부모들이 왕따폭력 행위 자체뿐 아니라 그 이후 일부 가해학생 부모의 '뻔뻔한 태도'로 인해 또다시 상처받는 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학교 교사와 전문상담가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왕따폭력 가해자인 것을 알아도 가해 사실을 일단 부인하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 애는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자녀를 맹목적으로 믿거나, 가해를 인정하면 자녀가 학교에서 처벌이나 징계 등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천 B중학교 교사는 "(가해학생 부모에게) 왕따폭력 피해학생과 주변 학생 진술서를 보여줘도 '우리 애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 증거를 내놔라'고 요구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가 약한 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 '쌍방폭행'을 주장하기도 한다. 서울 C중학교 교사는 "한 학생이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하지 말라'며 손을 몇 번 휘저었는데, 가해학생 부모는 '서로 다툰 것이지 왕따 폭력이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D중학교에 다니는 이모(15)군은 같은 학교 학생에게 '돈을 주지 않고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맞았다. 가해학생들은 "찌질이한테 사과하기 싫다"고 했고, 가해학생들의 부모는 "남자애들끼리 서로 때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다른 애들은 우리 애한테 맞고도 잘 놀았다"고까지 했다.

박경숙 학교폭력예방센터 상담실장은 "현재로서는 왕따폭력을 당했다는 증거를 피해자 측에서 수집해야 하고, 가해학생 부모를 학교에서 소환하려고 해도 응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아 피해학생들만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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