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겨울등반은 보통 산행 때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하였다.
등산화 신고, 배낭에 소주나 한 병 넣어 갈까 했다가
갑자기 아이젠, 스패츠, 스틱, 장갑을 구입했다.
그것도 모자라 물, 사탕, 김밥, 컵라면까지....
6시30분에 호텔식당에 집합하여 아침식사
택시에 분승하여 성판악에 도착
아이젠을 착용하고 8시에 출발하였다.
눈.
눈.
눈....
사람.
사람.
사람....
그만큼 많이 쌓인 눈을 일찍이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일시에 산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평소 우측다리에 이상증후가 있음을 느끼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성판악 출발 시에는 좋았는데, 눈길을 오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차츰 문제가 느껴졌다.
4시간쯤 후부터는 아예 발걸음을 떼기가 곤란했다.
포기하고 내려오기엔 너무 멀리 올라왔다.
또, 오후 1시 '진달래밭휴게소'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을 통제했다.
어쩔 수가 없기도 했지만, 내 생애 중 백록담을 볼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천금보다 무거운 발걸음을 정상으로 움직였다.
정상에 도착했다.
눈 덮힌 백록담이 한눈에 들어왔다.
1950m 정상에 부는 바람, 눈 아래 펼쳐져 있는 구름.
그리고 눈. 눈. 눈.......
내려오는 길은 아주 험했다.
깎아지른 절벽을 경계로 만들어진 급경사 눈길.
다리를 이용하여 걸어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엉덩이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관음사에 도착하니 6시, 사방은 어두워 있었다.
무려 10시간동안의 지옥같았던 산행이었다.
내 아픈 다리가 고생했다.
다리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싶었는데, 다리가 나를 보고 미안하다고 말한다.
눈으로 뒤덮힌 한라산의 절경을 표현하고 싶지만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진짜로 분명한 것은
한라산에서 죽는 줄 알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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