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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채용인원 늘리니 대학 가려는 전문계학생 줄었다

죽장 2011. 9. 15. 09:33

[2011.9.14, 조선일보 사설]

고졸 채용 늘리니 대학 가려는 전문高학생 줄었다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직업탐구 영역 응시자가 작년 4만4136명에서 3만3428명으로 24.3%나 줄었다. 직업탐구 영역은 4년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전문계고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다.

  1990년대까지 10% 안팎이던 전문계고의 대학 진학률은 2004년 전문계고 정원외(外) 특별전형 제도가 도입되면서 70%대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직업교육 파행(跛行)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월 전문계고 특별전형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2015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특별전형이 없어지면 전문계고교 출신이 대학 가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능 응시자가 반짝이나마 늘어야 상식인데 오히려 줄어드는 이변이 일어났다.

  수능시험의 전문계고 응시자 감소에 영향을 준 것은 무엇보다 정부와 공기업, 은행, 대기업들이 고졸 출신을 많이 채용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은 기존 채용계획과 별도로 고졸 직원을 8000여명 뽑기로 했고 현대차는 고졸 채용 비율을 작년 0.3%에서 올해 21.4%로 늘려 850여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SK는 전체 채용인원의 20%, LG는 기능직의 50% 이상, 포스코는 하반기 채용인원의 절반인 1200여명을 고졸 출신으로 뽑겠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단순히 고졸 채용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고졸 출신을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해 승진·전보·보직 인사 등에서 대졸자와 똑같은 대우를 해줄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인사·보수규정을 바꿔 고졸 출신이 입사 후 4년 이상 근무하면 대졸과 동등한 직위를 부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학 나오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대우받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면 비싼 등록금 바쳐가면서 대학 가겠다는 학생들은 저절로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올해 수능 시험에서 그런 희망적인 조짐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