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8.22, 조선일보, 자본주의 4.0]
교육기부로 학교 바꾸자
자본주의 3.0시대 교육에선 무한경쟁이 강조됐다. 학교는 성적(成績) 경쟁에서 이기는 1등만을 위한 곳으로 전락했고,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들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에게 학교는 '행복하지 않는 곳'이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1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4.0시대 교육은 뒤떨어진 학생들을 껴안고 그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교육이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자본주의 4.0 시대의 교육에선 기업이 큰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과거 자본주의 1.0과 2.0 시대에 기업은 학교를 지어주는 방식으로 교육 기부를 했고, 3.0 시대에는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면 이제 4.0 시대에는 기업이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직접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자본주의 4.0 시대 우리가 추구할 만한 교육 모델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미래의 학교'(school of the future)를 들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006년 필라델피아 빈민가에 세운 이 학교는 토론 위주의 문제 해결식 수업을 도입, "기업이 무너진 공교육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장관은 "엄청난 인력과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이 조금만 힘을 쏟으면 교육을 바꿀 수 있다"며 "1등만 즐거운 학교가 아니라 낙오 학생들이 꿈을 키워가는 데 기업의 교육기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간부분 생략]
―학업경쟁에서 소외된 많은 학생들이 꿈을 잃고 있다.
"모든 학생들의 어떤 재능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 목표다. 마이스터고의 직업기술교육을 강조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다 끌어올리려는 것이 그 때문이다. 최근엔 난독증(難讀症)이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지닌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사회 일원으로서 필요한 재능을 길러주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
―무한경쟁의 룰을 바꾸기 위해 무엇부터 할 생각인가?
"자본주의 4.0 시대에는 교육이 기회균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교과부는 '일제고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뒤처진 아이들을 정부가 지원해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이 최대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겠다. 이것이 바로 '따뜻한 경쟁'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방과후학교를 통해서 '사교육보다 공교육에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주도록 하겠다. 1등만 즐거운 학교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즐거운 학교로 만들겠다. 조금씩 학교를 바꾸어 가겠다."
☞ 자본주의 4.0
‘자본주의4.0’은 소프트웨어 버전(version)처럼 진화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일 때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자본주의라는 뜻.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1.0), 1930년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수정자본주의(2.0), 1970년대 말 시장의 자율을 강조한 신자유주의(3.0)에 이어 등장했다. 자본주의 4.0 시대의 교육은 성공한 사람이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가도록 장려하되, 낙오한 사람들을 북돋우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책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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