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원고와 자료

애플, 구글을 넘어 살아남으려면

죽장 2011. 8. 8. 14:04

[2011.8.8, 조선일보에서 퍼온 글]

애플, 구글을 넘어 살아남으려면

 

한국의 IT(전자정보기술)산업은 지금 중대 위기다. 반도체·LCD·휴대폰 모두 실적 악화 탓에 대표 CEO들조차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며 한숨짓는다.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던 비중도 올 상반기 30% 아래로 주저앉았다. 최근 1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도 하락세다. 해외의 시선도 식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머지않아 '깡통 기기'(dummy terminal)를 만드는 회사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한 외국계 IT업체 간부는 제조에만 집착하는 우리의 약점을 이렇게 꼬집었다.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는 기세등등이다. 지난 1년간 영업이익, 매출을 모두 2배 이상 끌어올린 애플의 질주 본능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통신기능만 넣으면 시계·안경도 모바일 기기가 되는 아이클라우드(i-Cloud) 세상까지 만들어냈고, 글로벌 검색 권력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더한 구글 역시 섬뜩하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넷에 큰 장이 돌아왔다'고 보도하면서 "네티즌들과 인맥을 맺고 사진·영상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링크드인(LinkedIn)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내년에 상장하면 가치가 1000억달러를 넘길 것이라 한다. 보잉과 포드, 일본 혼다를 넘어서는 액수다.

과연 애플과 구글을 넘어설 힘이 우리에게 있을까? 물건만 잘 만들면 통하던 시절에는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만 돼도 살아남을 수 있다. 불량품을 줄이고, 원가를 낮추는 '수율(收率)의 경쟁'이기에 1등이 될 수도 있었다. 반도체가 그랬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문화+교육+오락 콘텐츠'는 모두가 원하는 무형의 자산인데, 요즘엔 이들이 어우러져 '비즈니스 효율(efficiency)의 극대화 경쟁'을 유도한다. 아이팟(iPod)에 음악 마니아들이 열광했고, 아이튠스(iTunes)에 지식인들이 아우성이었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이런 문화적·경제적 자산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도, 포기할 이유도 없다. 호흡을 가다듬고 전열을 정비하자. 선택할 길이 많지 않기에 오히려 편할 수 있다. 애플을 뛰어넘는 '한국판(版) IT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안으로 전 세계의 모바일 소비자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이석채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등 대표주자들이 총출동해야만 한다. "구글의 모든 제품은 세계인들이 하루에 두 번씩 사용하는 칫솔처럼 만들겠다"는 구글CEO 래리 페이지의 의욕을 꺾을 기업가 정신도 활활 타올라야 한다.

"IT산업의 경쟁력은 '기기(器機)의 대량 생산능력'에서 '대량의 정보 처리능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넘어갈지 모른다. 한국은 애플보다 앞서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구다라기 겐(61) 전(前) 소니 게임부문 명예회장이 최근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10년의 국가 목표를 제시했다. 신선하지 않던가. 한국의 IT가 '국가 성장 동력'이라는 자존심을 내팽개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소 10년의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글로벌 전쟁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우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