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그날 행복을 찾았습니다

죽장 2011. 8. 10. 14:46

[계간으로 발행되는 어떤 사외보 편집실의 청탁을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주변에서의 감동적인 일이 있어 적었습니다.]

 

그날 행복을 찾았습니다



  풀장에서 송어를 잡아보셨습니까?

  그날 우리 일행 모두는 엄청 큰 풀장에서 송어들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팔뚝만한 송어들은 우리의 포위망을 여유만만하게 빠져나갔습니다. 우리는 몇 차례나 포위망을 새로 구성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열다섯 마리 중 겨우 다섯 마리를 잡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 뭡니까.

  별을 보며 감상에 젖은 때가 있었습니까?

  모처럼 가족과 함께한 우리들은 들길을 걸었습니다. 저녁노을이 사라진 자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자릴 잡으니 별들이 하늘 가득 나타났습니다. 발끝에는 들꽃이 피어 반겨주었고, 하늘에는 별무리가 돋아나 우릴 또 감동시켰습니다. 가슴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별들을 두 손으로는 차마 다 받을 수 없었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까?

  세상이 잠든 시간에 편지를 썼습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는 아이에게 난생 처음으로 쓰는 편지였습니다. 뒤늦은 반성과 후회가 다가서는가 하면 마음에 담아 두기만 했을 뿐 표현해보지 못한 사랑이 스멀스멀 일어서는 거 있지요. 아, 어쩌면 좋답니까.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 것을요.


  어머니는 10년만에 중학생이 된 아들을 만났습니다. 웃으며 다가오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언어를 상실한 듯 말이 없던 아이도 마침내 어머니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 순간 모자간에는 어떤 대화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가정불화로 이혼을 아버지가 자식 남매를 데리고 참가하였습니다. 자포자기했던 삶이었지만 아이와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큰아이는 엔진이고, 작은아이는 바퀴이기에 아이들이 있는 한 열심히 달리겠노라 다짐을 하였습니다. 참가한 가정들이 풀어놓는 사연에 감동 아닌 것이 없고, 눈물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어찌 그 아픔과 슬픔들을 다 나타낼 수가 있겠습니까.


  가난과 이혼과 같은 어른의 문제로부터 출발한 어려움은 결국 부적응, 우울, 폭력과 같은 아이의 문제로 귀결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할지 몰라 난감했지만, 우리들은 가족을 이해한다면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가족캠프의 출발신호랍니다.

  송어를 잡으며 하나가 되었습니다. 고소하고 구수한 송어맛 같은 가족을 확인했습니다. 밤하늘의 별같이 많은 사연이 하늘보다 멀리 있었지만 마음을 열면 바로 옆에 함께 있는 가족이 최고인 줄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에 가로 놓인 감정의 둑은 허물어지기 위하여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가슴 깊이 맺혀있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편지를 쓰면서 깊은 밤, 별이 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맞잡은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 단절되었던 감정의 둑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그날 10가족의 행복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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