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선교회에서 은사님을 만나다

죽장 2011. 7. 10. 20:22

 

「선교회」 모임을 가졌다.

이름만으로는 어떤 종교와 관련된 단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다. 선산지역에서 교직에 근무했거나 선산 출신 전.현직 교직자들이 오래 전부터 만나온 모임이다. 자연히 스승과 제자 사이 아니면 선후배 사이가 대부분이다. 이 자리에서 모처럼 스승을 만난 회원은 넙죽 엎드려 큰절로 인사를 하기도 한다. 

 

소풍이나 운동회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처럼 나도 이 날을 기다렸다.

마침 남쪽지방에 머물고 있던 장마가 북상하여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붓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약속된 장소에 모여 출발하였다. 관광버스 안에서는 모교 이야기를 비롯하여 학창시절 배우고 가르쳤던 이야기들로 꽃이 피어난다. 누구는 학창시절이 어떠했으며, 누구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S선생님께서는 ‘모교에 교사로 부임하니 학창시절의 담임선생님이 계시더라’ 며 옛날을 회상하신다. 그 선생님의 아들을 담임하셨다니 이런 인연도 흔치 않으리라. 근무시간 중에는 교무실에서, 퇴근 후에는 교문 밖 대폿집에서까지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셨으니, 스승과 제자인 동시에 동료였다. 선생님께서는 고향의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이 큰 보람이고 긍지였으며, 세월이 흘러 철부지 제자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각기 제몫을 하고 있음이 퍽이나 대견스럽다고 하신다.

 

지난 3월부터 모교 인근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틈을 내어 모교를 찾아가고는 한다. 운동장을 거닐며 공차고 뛰놀던 까까마리 시절의 회상에 젖는다. 그 때의 교실이며, 옆에 앉았던 짝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은 도무지 지루하지 않다.  

 

오늘 팔순 전후의 은사님과 선배님들이 건재하신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도 얼마 있지 않아 닥치게 될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오는 10월, 모교의 큰 행사 날에 맞춰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제 다시 또 그 날을 기다리며 지내게 되리라. 장맛비가 온종일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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