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고기를 굽는 사람(퍼온 글)

죽장 2011. 7. 1. 10:13

                             고기를 굽는 사람

임철순

(앞부분 생략)

작은 업체를 운영하는 내 친구는 직원들과 고기를 함께 먹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전과 다름없이 고깃집에서 전 직원 회식을 할 때, 그는 전과 다름없이 고기를 구웠습니다. 그걸 본 남자 직원이 “제가 할게요.”하며 집게와 가위를 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직원이 “사장님이 하시게 해. 사장님 고기 잘 구워.” 그러더랍니다. 그는 기가 막혔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고기를 구워 접시에 담아 주기까지 했다면서 받아먹을 줄만 아는 요즘 젊은이들을 흉보았습니다. “그 애들은 내가 고기를 굽는 게 좋아서 그러는 줄 아나 봐” 하는 말도 했습니다.

내가 아는 한 법조인은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언제나 맨 구석 자리에 벽에 기대고 따개비처럼 붙어 앉습니다. 술도 잘 안 마시고, 밥값을 내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나를 위해서든 남들을 위해서든 고기를 구워야겠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반찬그릇을 옮겨 주는 법도 없고, 수젓가락을 놓아 주는 법도 없고, 컵에 물을 따라 주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남이 고기를 구워 놓으면 아무 생각 없이, 으레 당연한 듯이 집어 먹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고기를 탐하거나 맛있게 잘 먹는 것도 아닙니다. 몇 번을 살펴봐도 언제나 하는 행동이 똑같습니다. 남을 섬길 줄 모르고 늘 대접만 받으며 살아온 탓일 것입니다.

고기는 혼자 먹으려 하지 말고, 남이 구워놓은 걸 먹으려만 하지 말고, 남들을 위해서 구울 줄 알아야 합니다. 서투른 솜씨로라도 구운 고기를 가위로 썰어 남들에게 나눠줄 줄 아는 사람은 고기 맛과, 고기를 함께 먹는 의미을 제대로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라야 고기를 함께 먹을 만합니다.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사람은 고기 값만 더 나오게 하지 말고 이제부터 혼자 먹는 식당을 찾아가는 게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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