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를 대동하고 독도에 가다
독도!
지도에서나 보아왔고, 노랫말로나 흥얼거리던 섬이다. 군사적으로 그 위치가 얼마나 중요하며, 그 곳에서 나는 천연자원은 또 얼마나 풍부하며..... 이런 내용쯤은 이미 우리 국민 모두의 상식이 된지 오래이니 생략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일본의 망언이며 망발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최근 사태에는 앉아서 그 심각성을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독도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독도 땅을 직접 밟아보고 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기회가 주어졌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행정선 평화호를 탔던 날은 지난달 3월 30일이다. 그날은 일본 문부성에서 중등사회과 교과서에 다께시마는 본시 일본 땅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중등 사회과 교과서를 공포하는 날이었다. 경상북도교육감을 중심으로, 초·중학생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시·군교육장들이 분연히 나서게 되었다.
배의 독도 접안여부는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기에 바다가 잔잔하기만을 기도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었다. 눈을 뜨자마자 하늘을 쳐다보니 간절함이 통했는지 쾌청한 하늘에 바람도 없다. 맑고 잔잔한 물에 흰 구름 몇 점이 떠가고 있을 뿐이다.
평화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힘차게 출항하였다. 어딘가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던 갈매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몇 녀석이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도는가 하면, 몇 녀석은 저희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익히 알고 있는 물길을 선도한다. 한껏 신이 나는 듯 끼륵끼륵 하는 목청에도 신명이 들었다.
동남쪽으로 방향을 잡은 배는 87.4km를 숨가쁘게 내달린다. ‘독도야, 잘 있느냐’하는 안부가 저절로 입에 맴돈다. 우리 모두는 섬백리향의 사연처럼 독도의 자연, 독도의 역사, 독도의 전설에 혼을 빼앗겼다. 독도의 강수량이 얼마인가 하는 어려운 퀴즈문제에 이구동성으로 ‘1,300’이라는 답이 튀어 나왔다. ‘지증왕 13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 하는 노래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출발한지 2시간 30분 쯤 되었을까. 그립던 땅 독도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왔다. ‘와!’ 하는 탄성도 잠시, 파도가 높아 접안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에 실망감이 역력한 낯빛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갑판 위에서 행사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어깨띠에 머리띠까지 질근 매고 주먹을 불끈 쥐고는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였다. ‘택도 없는 짓 그만하라’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사상 유래 없는 지진에 뒤이은 쓰나미, 그리고 파괴된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문제까지 이중삼중의 고난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 억지를 부린다는 우리말이 있다. 애당초 말도 되지 않는 일을 자꾸만 주장한다는 뜻이니, 일본이 독도를 놓고 하는 꼬락서니가 순전히 억지를 부리고 있는 꼴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실효적으로도 그럴 뿐 아니라, 국제법상으로도 우리 땅 독도임을 세상에 모르는 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억지를 부리고 있음은 이 곳을 국제법상 분쟁지역화 하기 위한 얕은 술수가 내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어른들이 정치적으로 하는 일회성 말장난이 아니라 순진무구한 학생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의식화시키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니, 그까짓 ‘섬나라 왜놈들’ 하면서 넘어갈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사부 장군 후예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친 결의에 일본도 정신을 차렸으리라. 다시 엔진에 시동을 걸자 갈매기들의 호위가 다시 시작되었다. 갈매기들이 목청을 다해 부르는 합창이 우렁차다. 바람을 가르는 힘찬 날개소리를 들으며 돌아오는 2백리길 울릉도는 잠시다. 전신으로 달려드는 바람이 시원하다. 그대, 평화호를 타고 독도에 가려거든 평화의 상징 갈매기를 대동하라. 울릉도는 지금 부지깽이나물이 한창 잎을 피우는 봄에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