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지법(事君之法)
윗사람을 제대로 섬기고 모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직장 상사나 사장님을 포함하여, 부모를 섬기든, 조직의 대표를 섬기든,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습니다. 섬김에 대하여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몇 가지 원칙을 말하고 있습니다.
1810년, 다산이 먼 강진 땅으로 유배된 지 10년이 지나고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고향에 두고 온 큰아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이 가득담긴 편지를 보냅니다. 그 속에 시학연가계(示學淵家誡)라는 글이 있는데, 다산의 아들 학연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그 글 속에는 사군지법(事君之法)이라고 해서 어떻게 임금을 모시고 섬겨야 하는지를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임금을 모실 때 중요한 것이 있다.
임금에게 사랑받는 신하가 되려 하지마라!
임금에게 존경받는 신하가 되어야 한다(要爲君所敬이오 不要爲君所愛라!).
임금에게 기쁨 주려하는 신하가 되려 하지마라!
임금에게 신뢰받는 신하가 되어야 한다(要爲君所信이로 不要爲君所悅이라! ).
임금에게 그저 총애와 귀염만 받고 기쁨만 주려고 하는 신하보다 존경과 신뢰를 받아 자신의 철학과 경륜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다산의 섬김법입니다. 참으로 가슴에 새겨둘 만한 글입니다. 내가 모시는 분의 기분을 헤아려 오로지 윗사람을 기쁘게 하고, 예스맨으로 총애를 받는 것만이 윗사람 모시는 것의 전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나라를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공직에 있어서든, 중앙 요처에 있어서든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자신이 모시는 분을 올바르게 인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랑받기 보다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 기쁨 주기보다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다산이 들려주는 공직자들의 윗사람 모시는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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