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0.6.1]
축구선수들의 등번호
FIFA(국제축구연맹)는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이 반드시 1~23번 중에서 등번호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다. 1번을 골키퍼가 달도록 한 것 외에는 등번호 배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각 팀은 선수의 특징과 역할에 따라 관례적으로 특정 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축구의 등번호는 1928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월드컵에서는 1954년 스위스 대회부터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에서 가장 상징적인 등번호는 바로 '10번'이다. 어느 팀이든 10번을 다는 선수는 창조적인 패스와 뛰어난 슈팅을 갖춘 최고의 선수로 받아들여진다.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지네딘 지단(프랑스),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 등이 월드컵에서 10번을 달았다.
'9번'은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갖춘 최전방 공격수의 상징이다. 월드컵 통산 최다득점(15골) 기록을 보유한 호나우두(브라질)가 9번을 대표하는 수퍼스타이다. 호나우두와 이반 사모라노(칠레)가 등번호 때문에 벌인 '분쟁'도 유명하다. 호나우두는 1997년 이탈리아 인터 밀란으로 이적하면서 사모라노의 등번호 9번을 빼앗았다. 그러자 사모라노는 18번을 선택했는데, 1과 8 사이에 조그맣게 '+'를 넣어 9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7번'은 한국 대표팀의 '심장' 박지성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처럼 돌파력이 좋고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즐겨 다는 등번호이다. 2~5번은 수비수들이 주로 애용한다.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핵심이었던 파올로 말디니의 3번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