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30년 세월

죽장 2010. 5. 14. 16:04

사무실에 한 중년남자가 들어섰다.

업무상 찾아온 분 같지는 않으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어 기억 하시겠습니까. 영주공고를 졸업한 서명석입니다."라며 인사를 해오자

"어, 그래." 

 

한번 물꼬가 터지니 얘기가 술술 이어진다.

인생의 필름은 순식간에 30년 세월을 거슬러 돌아간다.

그때 기억으로 아랫턱선이 여윈 얼굴이었는데

보기좋게 퉁퉁해진 얼굴로 변해 있었다.

늘 입가에서 미소가 붙어 있던 모습은 여전했다. 

 

그 학교는 내가 청년(?)시절 시작하여 지금까지 40여년을 보내고 있는 교직 생활 중

초임학교에, 첫 담임을 맡아 졸업시켜 내보낸 제자였다.

문자 그대로 감회가 새로웠다.

그땐 반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냇가에서 물놀이며, 천렵을 하였는가  하면,

더러는 집에서 소주를 함께 마신 적도 있다.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알려준다.

'영주공고 33회'

마침 졸업앨범이 올려져 있어 살펴보니

기억이 가물거리는 제자들의 사진과 함께 담임이었던 내 사진도 있었다.

30년 전의 나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지금 생각하니 

'선생질'을 형편없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

제자들의 근황을 들으니 고맙기 짝이 없다.

느닷없이 찾아와

30년 기억 속의 나를 찾아준 제자 '서군'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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