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감꽃맛

죽장 2010. 5. 26. 14:34

 

모처럼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것도 몸이 찌뿌퉁하여 벼루고 벼루어 나간 것입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하여 강물은 많이 불어 있었고요,

대지는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았습니다.

강물을 향해 뻗어있는 왕버들이 좋았습니다.

 

언제 보아도 좋은 강변 풍경입니다.

동녘하늘, 구름 속에 자리한 태양을 향해 강물이 기상준비를 마쳤습니다.

물오리들도 보입니다. 

강 건너편 언덕 아래 보이는 물그림자가 그림인양 멋집니다.  

 

요란스레 피었던 아까시아꽃이 지고난 그 자리에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코끝을 갖다대니 향기도 여전했습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함께 간 아줌마가 따라오지 않기에 돌아 봤더니

뭔가를 줍고 있었습니다.

글쎄, 감꽃이 떨어져 있지 뭡니까.

고향집 뒤란에 하얗게 떨어져 있던 감꽃

목걸이도 하고, 먹기도 했던 감꽃입니다. 

감꽃 맛이 아련히 떠올랐습니다.

 

다가가서 한장을 찍었습니다.

아스팔트에 떨어진 감꽃이라서 풍취야 덜하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면 그로서 족한 것이지요.

 

찔레꽃과 감꽃을 만난  아침이,

모처럼 불어난 강물이 소리내며 흐르는 아침이

싱그럽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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