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답답하다

죽장 2010. 3. 31. 14:36

  전자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얼마 전부터는 인터넷 카페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하고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들락거리며 관리하고 있다. 가끔은 연결된 컴퓨터를 통하여 음악을 즐겨 듣다가 함께 듣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음악파일을 퍼서 보내는 방법까지는 익힐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한지 오래다. 며칠 전에는 눈이 온 3월의 경치가 아름다워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마침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 불가능했다. 그 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하고 전송하는 방법을 익히고 나서는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여태까지 나이 들어감을 모르고 살았다.

  얼마 전 학교 동기 녀석의 이마에 새겨진 주름을 보고 내 나이를 의식할 수 있었다. 운동신경이 전 같지 않고 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 못지않다고 자부하면서 살아왔다. 그런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얼른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증상이 잦다. 생생하던 치아가 흔들리는가 하면 조금만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다. 뒷방 늙은이가 되기엔 아직 이르다고 항변하지만 증상을 짚어 보건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뒤쳐지지 않을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심각함을 느끼고 있다. 여태까지는 나이 탓이 아니라 빨리 변하고 있는 세상 탓이라 생각하며 자위해 왔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휴대폰으로 일간신문도 읽을 수 있는가 하면, 거리의 날씨나 교통상황까지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스마트폰 광고가 생각나 통신사 대리점엘 갔었다. 몇 년 후 대중화가 되거든 오라는 점원의 말을 듣고 그냥 나왔다. 교육현장에 전자칠판이나 사이버가정학습이 등장한지 오래다. 최근에는 디지털교과서가 나오더니 이젠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IPTV가 등장했다.

 

  갑자기 세상살이가 답답해졌다.

  체력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는 마라토너가 앞서가는 선수를 따라잡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세상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이다. 앞 선수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져 가니 이 또한 미칠 노릇이 아닌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세상인 줄을 알면서도 달리기를 포기한 채 관중석으로 올라가지 않고 트랙에 들어서 있는 내가 답답하다. 그래도 마음은 어디엔가에 있을 골인지점에서 우승 테이프를 끓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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