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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사교육 상품' 출현

죽장 2010. 3. 31. 13:09

[2010.3.31. 조선일보]

'EBS 사교육 상품' 출현



  서울 강남 소재 A대입학원은 조만간 'EBS 완전 정복' 강좌를 내놓을 예정이다. "올 수능부터 EBS 강의와 교재에서 70% 이상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기획 중인 '사(私)교육 상품'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학생당 20~30권의 교재를 봐야 한다는데 바쁜 수험생들이 이걸 어떻게 다 보겠느냐"며 "전문 강사들이 EBS 교재를 강의 교재로 활용해 핵심만 골라 가르치는 강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A학원은 다음달부터 'EBS 완전 정복' 코스를 토·일 주말반이나 여름방학 수강 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교육당국이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EBS 강의 수능 70% 연계 출제' 방침을 발표한 지 2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유력 사교육업체들은 대부분 이를 이용한 'EBS 마케팅'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B대입학원 강사들은 열흘 전부터 EBS 교재 중 언어·외국어 지문만을 따로 떼내어 정리한 'EBS 지문 분석 교재'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B학원 관계자는 "언어·외국어 지문은 문학작품 등이므로 EBS에 저작권이 없다"고 했다. C재수생 전문학원 관계자도 "이미 2004년부터 EBS 지문을 발췌해 학원 내부 강의 교재로 사용했다"며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번 방침으로 달라질 게 없다"고 못박았다.


  이처럼 'EBS 사교육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것은 수능시험을 8달 앞둔 고3 수험생들의 'EBS 정리 강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학교사들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조효완 공동 대표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고3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 많은 EBS 교재를 언제 다 보느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EBS 사교육 상품'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교재를 발췌·편집해 새 저작물을 만들지만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EBS 관계자도 "EBS 교재를 그대로 학원 강의 교재로 쓰거나 제시문만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EBS·수능 연계정책이 사교육업체엔 호재(好材)"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 학원강사는 "어차피 EBS 교재 문제는 그대로 수능에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약간 변형한 문제들이 수능 준비에 알맞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시장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