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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와 ‘임베디드’

죽장 2010. 3. 30. 13:08

[2010.3.30, 중앙일보]

유비쿼터스와 ‘임베디드’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유명한 장면 하나. 지하철로 도주하던 주인공 톰 크루즈가 거리를 지나가면 곳곳의 생체인식시스템이 주인공의 홍채를 감지하고 중앙관제실에 동선을 알려준다. 이상적인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의 표본이다. 유비쿼터스는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해 왔다. 행정안전부는 어린이 등·하교 안전 서비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모니터링을 포함한 유비쿼터스 기반의 공공서비스 시범사업을 최근 발표했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이제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롭게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임베디드(Embedded)’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내장해 특수한 기능만을 갖게 된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수한 기능이다. 컴퓨터라고 하면 다양한 연산을 하는 장치지만, 임베디드는 특정 목적을 위한 장치다. 가령 중앙처리장치(CPU)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에 탑재되면 범용 CPU지만, 현금인출기나 지하철 안내 키오스크에 쓰이면 임베디드 CPU라고 한다. 요즘 임베디드 CPU가 ‘블루칩’에 속한다.


  근래 주목받는 ‘커넥티드 TV’는 디지털 TV에 임베디드 CPU가 내장돼 TV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인터넷서핑·쇼핑·화상통화 등의 부가 기능을 한다. TV의 진화다. 생활과 TV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또한 BMW와 같은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이 임베디드 시스템과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한 지능형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임베디드 기반의 지능형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무인 운전, 자가 진단 등의 상상을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는 지린성 옌지에 홈네트워크와 지능형 빌딩시스템, 교통시스템, 광대역 통신망 등 정보기술(IT) 기반의 ‘유비쿼터스 도시(U-City)’를 건설하고 있다. 이처럼 유비쿼터스의 구현은 임베디드라는 열쇠를 통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은 소비자들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주고, 기업에는 더 큰 시장을 선사하는 블루오션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의 구현에는 임베디드 CPU와 같은 수많은 신기술과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경기침체 속에서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는 이제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주변에서 접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hs.lee@in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