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북경을 떠나 항주에 왔습니다. 일찍이 마르코폴로가 세계에서 기장 아름다운 도시라 격찬했다는 항주는 중국의 7대 고도중의 하나입니다. 시절은 마침 계수나무에 꽃이 만발하는 10월이었습니다. 항주에 부는 바람결을 타고 코끝에 스치는 계수나무 향기가 이렇게 기막힌 줄은 맡아보지 않고는 절대로 모를 것입니다.
항주에는 ‘육화탑’이 있습니다. 항주 남쪽지역 전단강의 역류를 막기 위해 강뚝을 쌓았고, 강기슭의 월륜산에 외관 13층, 내부 7층의 탑을 쌓았습니다. 무려 60m 가까운 높이의 탑을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항주하면 무엇보다 ‘서호’라는 호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 부시장 정도의 관리였던 소동파가 바닷가에 제방을 막아 둘레 15km 면적 5.6㎢, 평균 수심 1.5m의 호수를 만들었답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시인이 아니라 도시행정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호수를 외호, 이호, 악호, 서리호, 소남호와 같이 다섯부분으로 나누었고, 다시 삼단인월, 호심정, 원공돈으로 불리우는 3개의 인공섬을 만들었답니다.
유람선을 타고 서호에 젖어들면 귀화요초를 심어 가꾸며, 인공으로 만든 자연을 즐기며 살았던 중국의 단면을 볼 수가 있습니다. 소동파의 풍류를 짐작할 수가 있는가 하면, 중국인들의 안목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 옛날부터 수양버들 잎 피는 봄날 복사꽃잎 비처럼 떨어지는 호반에 젊은 연인들이 쌓는 사랑의 역사가 끝이 없었다고 합니다. 짧은 여정인지라 서호10경을 모두 보고 즐길 수는 없지만 봄날의 꽃, 여름날의 부용, 가을의 열매, 겨울 설경을 충분히 상상할 수는 있습니다.
오늘 항주에서는 넓은 시내 전역에 들어찬 계수나무 향기에 흠뻑 취했습니다. 10월이 되면 항주로 갑시다. 항주에서 소동파와 백낙천을 만납시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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