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에서 보내는 편지(1)

죽장 2009. 6. 9. 13:44
 중국에서 보내는 편지(1)


  북경하면 자금성과 만리장성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귀에 그만큼 익숙해져 있다는 말이지요. 선조 대대로 대국으로 섬겨오던 나라가 중국이며, 그 중국의 심장부가 자금성이고, 중국을 보호하는 주변이 만리장성 아닙니까.

  오늘은 자금성 뜰을 거닐다가 만리장성에 올랐습니다. 지금 나의 눈에도 자금성과 장성의 규모와 위용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데 수 백년 전  걸어서 혹은 가마나 말을 타고 대국을 오가던 그 시절의 왕손이며 역관 선비들이야 오죽했겠습니까. 동방의 남쪽나라 시골에서 나물 먹고 물 마시며 살아온 백성들의 눈에는 천리 밖 한양의 임금님이 살고 있는 구중궁궐만 해도 바로 쳐다 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데, 옥황상제의 바로 아래인 황제가 계시는 곳임에야 일러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자금성. 끝없이 이어진 담장,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지붕, 끝간데 없이 이어진 처마와 처마, 화재에 대비하여 물을 담아 보관했다는 항아리의 크기와 수량을 보면서 크고 웅장하다는 말 외에 달리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는 금나라에서 원나라로, 다시 명나라와 청나라로 이어져 내려온 황제들의 길고 큰 발자취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만리장성은 또 어떤 곳입니까. 인간이 만든 조형물 중에서 유일하게 달에서도 보인다 하지 않습니까. 춘추시대에 북방 유목민족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기 위하여 쌓기 시작한 것으로 2천여 년의 역사를 가졌습니다. 진시황은 이 역사를 위하여 30만 명의 의병군과 수백만 명의 농민을 징발하였다고 하니 단순히 놀라기만 할 숫자는 아니지요. 산을 달리고 계곡을 넘는 만리 길이에 쌓인 돌멩이며, 그 들의 수보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되었다는 설명에 그만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크고 웅장한 것이 중국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백성들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씨줄로, 절대권력의 욕심에서 나오는 탐욕을 날줄로 하여 짜여진 황제들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첫눈에 알아 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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