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추운 날.
창가에 둔 난분에 꽃대 하나가 올라왔다.
고맙게도 달포간이나 피어 그윽한 향기를 내뿜었다.
저도 입 다물고, 나도 침묵한 채 눈길만 주고받았지만
우리 둘은 행복했다.
마주하고 있는 순간이 그냥 한없이 좋았다.
어느 날부턴가.
그 꽃이며 꽃대가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 그 마지막 녀석이 통째로 툭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역시 아무 말이 없다.
여러 날 째 내 눈길이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
저도 꽤나 서운했나 보다.
난꽃 떨어지는 아침
향기도 없는 꽃의 잔해를 보노라니
좀 더 살갑게 대하지 못했음이 미안하다.
잠시 숙였던 머리를 드니 창 밖이 온통 연분홍이다.
꽃샘추위에 움츠렸던 벚꽃이 구름 같다.
벌써 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