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3.10 조선일보
강원홍천군 홍천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매점을 운영하는 다문화가정 주부를 통해 영어와 중국어 회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홍천여고에 따르면 이달 초 매점 운영권을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 주부인 아그네스(34.홍천군 북방면) 씨에게 맡기고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 매점을 이용하도록 했다. 학교 측이 매점 입찰자격을 ’판매 행위와 매점 안에서의 일상적인 대화까지 영어회화가 가능한 자’로 제한하고 아그네스 씨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이는 어학연수나 학원에 다닐 수 없는 교육여건에 처한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원어민과 두려움 없이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회화를 배우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그네스 씨는 필리핀 루손 섬 출생으로 현지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학교측 영어교사의 엄격한 면접을 거쳐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녀는 홍천군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함께 한국어를 배운 동료 제시카(34.필리핀), 황화(26.중국 지린성) 씨와 함께 매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황화 씨로부터는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날이 갈수록 흥미를 갖고 이들과 대화하고 있으며 아그네스 씨 등은 영어 토론회 수업에 보조교사로 참여하기도 해 학생과 교사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아그네스 씨는 “매점을 운영하게 돼 남편과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고 생활에도 큰 보탬이 돼 학교와 교직원들에게 감사하다”며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학업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성일(57) 교장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와 중국어 회화를 배우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다문화가정 주부 역시 직업을 가지게 돼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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