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원고와 자료

골프와 한국인

죽장 2008. 11. 26. 14:20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 기대에 가장 못 미치는 종목은 축구가 아닐까. 다른 종목에 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세계무대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물론 2002월드컵은 예외지만). 감독이나 선수, 협회를 탓하지만 다른 요인은 없을까.

다른 민족에 비해 손 사용에 유별나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遺傳因子)를 잣대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축구는 손이 아닌, 발로 하는 경기라는 것이다. 손으로 하는 종목은 어떤가. 양궁, 야구, 핸드볼, 골프 등 대부분 세계 정상급이다. 역시 손을 쓰는 스타크래프트 등 온라인게임의 최강자이기도 하다. 손을 사용하는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힘은 우리의 '젓가락문화' 소산으로 본다. 젓가락은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사용하지만, 한국인의 젓가락 사용능력은 특별히 뛰어나다. 그 예민함이나 정확도 등에서 다른 민족보다 탁월하다. 이런 젓가락 사용은 손 사용 능력을 진보시키고 뇌도 발달시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24일 프로골퍼 신지애(20)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최강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 세계를 놀라게 했다. LPGA 투어 비회원으로는 유일하게 시즌 3승을 올리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신지애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LPGA 투어에 뛰어들어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신인왕을 거쳐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다.

외환위기 와중이던 1998년 박세리가 그랬던 것처럼, 신지애도 계속 좋은 성적으로 다시 찾아온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큰 어려움을 겪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바란다. 세계 골프계에 '젓가락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박세리를 보고 골프를 시작, 골프계를 점령하고 있는 다른 '세리키즈'와 함께.

이처럼 손으로 하는 스포츠 종목에서 세계를 석권하며, 우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온 힘의 원천인 선조들의 '젓가락문화'에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런 '젓가락문화'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다. 요즘은 젓가락을 제대로 사용 못하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이다. '세리키즈'의 대가 곧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2008.11.26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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