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려 전력(電力) 만든다
美·유럽, 연 發電 기술 경쟁
높이 오를수록 세지는 바람·장난감 요요 원리 이용
사다리풍차·회전목마型 연구… 상업성 확보가 과제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의 사다리 풍차 개념도]
세찬 바람이 부는 겨울 언덕, 아이들은 연을 하늘 높이 날린다. 어린 시절 추억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 1㎞ 고공에서 부는 강력한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 발전(發電)' 기술이 미국과 유럽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풀렸다 돌아오는 요요 원리 이용
영국의 과학대중지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지는 지난달 14일 세계 각국의 연 발전 기술 개발 경쟁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 발전 기술 개발에서 크게 세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마카니 파워(Makani Power)사와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구진, 그리고 이탈리아카이트 젠(Kite Gen)사다. 이들은 2~3년 내 상용발전에 접근한 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 발전은 하늘로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게 분다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지상 80m 상공에서는 일반적으로 초속 4.6m의 세기로 바람이 분다. 그런데 800m 상공에서는 초속 7.2m로 바람이 세진다. 풍력 발전에서는 풍속이 세질수록 그 세제곱으로 전력이 많이 나온다. 따라서 바람의 세기가 지상 80m에 비해 2배쯤 강해지는 지상 1㎞ 상공에서는 전력을 8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연 발전의 원리는 원통 바퀴 사이에 줄을 감은 장난감 요요와 흡사하다. 요요를 던지면 줄이 풀리면서 원통 바퀴가 앞으로 나가 회전하고, 줄을 살짝 당기면 다시 원통 바퀴에 줄이 감기면서 손으로 돌아온다. 원통 바퀴가 계속 도는 것은 운동을 하는 물체가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계속 같은 운동을 하려는 관성 때문이다. 하지만 줄을 조금 당기면 바퀴 축과 줄 사이에 마찰력이 발생해 관성을 이기게 된다. 결국 원통 바퀴는 다시 줄을 감으면서 손으로 돌아온다.
연 발전은 요요의 원통 바퀴를 지상에 둔 형태라고 보면 된다. 연을 날리면 지상의 회전축에 감긴 줄이 풀리면서 하늘 높이 올라간다. 이때 회전축이 요요의 원통 바퀴처럼 회전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요요와 마찬가지로 줄을 감을 때는 조금만 힘을 줘도 된다. 실험 결과 줄을 감을 때 들어가는 에너지는 연이 하늘로 가면서 만든 전력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줄이 연 이용하면 상업성 확보 가능
마카니파워사는 지난해 구글로부터 1000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 회사는 현재 10㎾정도의 전력을 연 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프트 공대 연구진 역시 지난해 처음 10㎡ 넓이의 연으로 3㎾ 시험발전에 성공했다. 카이트 젠사는 지난해 9월 10㎡ 넓이의 연을 400m 상공에 띄워 2.5㎾의 전력을 생산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상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존의 풍력발전기는 보통 5㎿의 전력을 생산한다. 델프트 공대 연구진은 하나의 줄에 수십 개의 연을 연결한 '사다리 풍차(laddermill)'라는 새로운 연 발전 장치를 제안했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기존 풍력발전기의 10배인 50㎿의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이트 젠사는 한발 더 나아가 수십 개의 연으로 만든 회전목마를 제안했다. 즉 회전목마처럼 도는 지름 3㎞의 거대한 원통 회전축에 60~70개의 연을 매달아 지상 800m 상공에 띄우는 형태다. 회사는 이렇게 하면 수백㎿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h당 단가도 화력발전의 4분의 1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전목마형 연 발전소
◆발전소 상공 비행금지구역이 최적지
연을 하늘 높이 띄우면 비행기와 부딪힐 위험도 있다. 이 문제는 이미 상공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핵발전소를 이용하면 해결될 수 있다. 카이트 젠사는 이탈리아 항공당국의 협조를 받아 폐기 예정인 핵발전소 상공에서 연 발전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상의 풍력 발전은 바람이 센 해안가에서 주로 이뤄진다. 반면 연 발전은 하늘만 비어 있다면 내륙이라도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델프트 공대 연구진은 호주나 중국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넓은 땅을 가진 국가가 연 발전에 최적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08.6.26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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