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감자꽃

죽장 2008. 6. 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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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 너머 오대산 아래를 지나다가 감자꽃이 만발한 감자밭을 만났다.

만난 것이 아니라 뙤약볕 아래 무리 지어 자라고 있는 감자밭 사이로 지나가게 되었다.

감자밭이사 어딘들 없을 것이며, 감자밭에 피어있는 감자꽃이 뭐 대수랴만

오늘은 무심코 지나치고는 하던 감자밭과 감자꽃이 아니었다.

발길을 멈추고 감자밭 가까이에 갔다.

 

넓은 밭에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감자이랑이 쭈욱 뻗어 언덕을 넘고 있다. 

밭은 아버지의 등처럼 넓적하게 굽어있었다.

감자꽃은 결코 화려하지 않은 어머니의 얼굴이다.

오랜 가뭄에도 싱싱하게 자라는 푸른빛은 아버지의 희망이었고,

진한 젖빛으로 피어있는 감자꽃은 어머니 가슴에서 쏟아지는 생명의 근원이다.

감자밭 한가운데 이미 오래 전에 저 세상으로 가신 부모님이 서 계셨다.

반가웠다.


한동안 감자밭이 아버지가 되고,

감자꽃이 엄마가 되어 눈에 어른거릴 것이다.

진부령 너머 오대산 아래의 감자밭과 그곳에 핀  감자꽃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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