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후안흑심(퍼온 글)

죽장 2007. 11. 26. 14:23
후안흑심(厚顔黑心). 얼굴은 두꺼울수록 좋다. 마음은 검을수록 좋다. 일명 후안무치란 말과 어울려 두꺼운 얼굴에 부끄러움도 없이 행동한는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다. 그런데 이 부정적인 말이 남들의 눈치와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불굴의 열과 용기를 발휘하는 적극적인 마인드로도 사용된다.

미국의 개척자들은 이 후안흑심을 지녔기에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 수 있었고, 아시아의 잘나가는 화교 사업가들 역시 이 후안흑심의 마인드로 엄청난 성공을 이룩하였다는 것이다. 명분과 예의를 중요시 여기는 유교적 가치관에서 보면 좀 충격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후안흑심의 후안(厚顔)은 방패이다. 100만명이 나를 쳐다보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후안의 단단한 방패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한나라의 유방은 무릎을 꿇고 거짓으로 눈물을 흘리며 애원할 줄 알았던 후안을 가진 사람이었고, 삼국지의 유비는 목적을 위해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눈칫밥을 먹어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으며, 위기에 처했을 때 시도 때도 없이 대성통곡하여 살길을 찾았던 표정관리의 대가였다.

후안흑심의 흑심(黑心)은 창이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을 동정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이 창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다. 오로지 목표에 집중하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 이 창을 가질 수 있다. 간신으로 묘사되고 있는 조조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의 승리를 위하여 가차 없이 장애물을 제거하고 동정심을 극복하여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오늘 날 요구되는 직원의 모습은 후안과 흑심일까? 아니면 박안과 백심일까? 기업의 생존과 존립을 위해서는 수치심을 버리고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두둑한 뱃짱도 필요할 것이다. 다른 회사의 사정을 봐주고 인정으로 대하다가는 사람 좋다는 소리는 들을지언정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손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21세기 벽두에서 과연 후흑학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명분과 염치를 중요시 여기며 인정과 명분으로 살 것인가?

[박재희 교수의 고전 ‘후안흑심’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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