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연꽃잎

죽장 2007. 8. 27. 11:19

가족간 생이별로 인한 아픔에 있어서는

지구상 그 누구도 우리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여러 해 전 남북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통하여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척이나 친지 중에

직간접으로 관계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나도

연일 계속되는 생방송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울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데도

나도 몰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는 하였다.

헤어졌던 가족 누군가의 슬픈 사연을 들으면서는

이산의 아픔이 전달되어 왔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가족을 보면서는

뭉클한 감동이 이입되어왔던 것이다.

지금도 그때 느꼈던 감동이 생생하다.

 

여기, 또 하나 이산의 아픔이 있다.

반세기 전 북한에서 독일로 유학 온 대학생을 만나 결혼하여

두 명의 자식을 둔 ‘레나테 홍’ 할머니가 겪고 있는

이산가족의 아픔이 그것이다.

 

자기의 조국 북한의 소환령을 받아 떠난 남편을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체 70세 노인이 된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하는 열망을

이 세상 누가 말릴 수 있으랴.

 

‘레나테 홍’ 할머니가

1961년 생이별한 북한 유학생 출신 남편에게서

편지와 함께 받은 선물이 세상에 알려졌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내보이는 그것은

다름 아닌 연꽃잎이었다.

빛바랜 연꽃잎 몇 낱이 46년간이나 바스라지지 않고

사랑의 향기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마른 연꽃잎에 간직된 향기가

휴전선 철조망 너머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산의 아픔을 시대적 운명으로 생각하며

체념한 ‘레나테 홍’ 할머니의 마른 가슴에

풋풋한 연꽃향기로 살아났으면 좋겠다.

(200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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