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선생님 전상서

죽장 2007. 5. 8. 23:32
푸른 오월입니다.
누구에게나 선생님이 존재하고 있겠지만
저에게 있어 선생님은 학교에서 지식을 가르쳐 주신 데 그치지 않고
인생길 고비마다 삶의 양식을 주셨습니다.
교문을 나선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의 가르침은 내 삶의 기둥이자
힘의 원천으로 자리매김 되어 있습니다.
이 푸른 오월에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글을 쓸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선생님은 저의 자랑입니다.
‘잘하고 있구나’, ‘네 생각이 옳다’며
언제나 격려해주고 인정해주신 선생님,
매사에 원칙이 있을 뿐 적당하게가 통하지 않았던 선생님이
오늘 저를 있게 하셨습니다.
좌절감을 느끼며 외로움으로 허덕거릴 때도 그랬고,
성취의 희열이 온 몸을 덮쳐올 때에도
따뜻한 미소로 마음을 전해 주시는 선생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
인자하셔서 편안했던 선생님은 때로 무섭게 다그친 적도 있습니다.
바르게 행동하고 참되게 살 것을 강조하시는 선생님 앞에만 서면
늘 주눅이 들면서 초조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선생님에 비하면 저의 교직생활은 많이도 부족했습니다.
아이들의 먼 장래를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쉬운 길로만 가려 했음이 심히 부끄럽습니다.
또 선생님과 함께하는 직장생활이 조심스럽고
더러는 불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것이 정작 편안함이고 은혜였음을
이제야 깨닫고 보니 얼굴 들기가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그때 무서웠던 선생님은
오늘도 세상을 반듯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 시절 인자하신 성품으로
항상 인정해주셨던 선생님은 지금도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도록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철들기 전부터 머리칼이 허옇게 변해가는 지금까지
선생님과 깊은 교감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 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엎드려 머리 조아립니다.
이제부터 아이들을 크게 칭찬하고
보다 더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마음은 긍정적이고,
일에는 적극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린 나무를 북돋우어 주고 싶습니다.
훗날 이 아이들이 자라
그늘 짙은 거목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고맙고 자랑스러운 선생님!
높고 큰 꿈을 안겨주신 선생님!
오늘 눈부시게 푸른 오월을 맞아
큰 절 올리며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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