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놀람

죽장 2006. 10. 11. 17:22
 추분이 지나고부터는 해뜨는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늦어진다.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전과 같은 데도 아직 어둡다.

하늘도 컴컴하고 길가에 서있는 나무도 검은 색이다.

한적한 산길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기도 한다.


오늘 아침 일이다.

몇 발자국 앞의 길가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서있는 가로등 불빛이 사금파리조각에 반사되어 그러리라.

나란히 걷고 있는 아내가 손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저 불빛이 뭐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도깨비불이다’ 하며 뒤로 주춤 물러선다.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내 뒤에 따라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눈치다.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길래 도깨비가 나타날까’

‘뱀 보고 놀라는 당신은-’

‘나도 지은 죄가 많아서 뱀 보고 놀란다’ 하며 웃었다.


아내의 채근에 못 이겨 눈을 비비며 나가면 공기의 맛이 여름과는 사뭇 다르다.

코스모스와 갈대가 피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