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도토리의 유혹

죽장 2006. 10. 17. 09:07
아침 산책길의 또 다른 즐거움은
도토리를 줍는 일이다.

바알간 얼굴, 통통한 몸매를 한 녀석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위에서
스러지는 나뭇가지 밑에서
오로지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내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으랴.

다람쥐나 청설모 녀석들은
나를 원망할런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올 겨울 너희들의 양식으로는
충분하고도 남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준다.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인다.

오늘 아침도
도토리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허리 굽히고 손을 뻗어 한두개씩 줏었다
이렇게 모은 것이 두어됫박이나 된다.
꿀밤묵을 만들기도 뭣하고
다시 산에 가져도 놓기도 뭣하여 고민이다.
도토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내 약한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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