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있다. 비에 젖는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겨울을 털고 피어난 개나리며 백목련이 비에 젖는다. 구름같이 피어난 벚꽃도 비에 젖는다. 나무도 젖고 길도 젖는다. 비는 점점 가까이 다가와 눈앞의 유리창을 적시고 내 마음도 적셔준다. 전신으로 축축한 습기가 전해져 온다. 비의 색깔은 연분홍이고 온도는 온화함이다. 봄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비도 계절에 따라 색깔이 있고, 기분에 어울리는 체감온도가 있다. 양철지붕을 난타하는 여름 소낙비는 녹색이고 온도는 화끈함이다. 낙엽을 적시는 가을비는 갈색이고 온도는 쓸쓸함이다. 겨울 북풍과 함께 내리는 진눈개비는 얼핏 생각해도 회색에 싸늘함이다. 그 뿐 아니라 비는 때때로 사람의 마음을 투영해준다. 마음을 들뜨게 하는가 하면,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기도 한다. 비를 맞으려 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오고 싶을 때가 있다.
학생 하나가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지금 저 학생은 비를 맞으며 걷고 싶은 소녀의 감상 때문에 저러는 것이지 상처 입은 자존심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거나 우산이 없어 그러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이제 곧 용기 있는 소년이 꽃비 같은 소식을 들고 나타날 것이다. 봄비는 소녀에게 있어 연분홍 색깔의 축복이다.
봄비는 세상의 빛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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