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이사부의 꿈

죽장 2005. 10. 17. 08:56
  지증왕의 뒤를 이은 진흥왕이 즉위해 있었고, 장군 이사부는 상대등과 시중을 겸한 병부령이 되어 막강한 실권을 쥐고 있었다. 대마도의 왜인들이 우산국을 자주 침범하고 고기를 마구 잡아가면서 괴롭히고 있어 정벌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사부는 지난번 우산국을 정벌할 때와 마찬가지의 계략을 사용하기로 하고 나무로 만든 사자를 배에 싣고 섬에 상륙하였다. 유황불을 피워 마치 사자의 입에서 화염이 내뿜어지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북과 나각으로 굉음을 쏟아내니 몰려들었던 왜인들이 겁을 먹고 앞다투어 엎드려 항복하였다. 이때부터 대마도는 신라의 땅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일본 시마네현에서 독도를 자기네 땅 다께시마(竹島)라고 우기고 있는 사태를 보면서 몇 년 전에 일본에 갔을 때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그때는 직장에서의 업무로 인하여 일본에 갔었는데, 경북교육청에서 선정된 실업교육분야의 학생작품을 경상북도와 결연을 맺은 일본의 시마네현으로 가져가 전시를 하고, 학생을 토론회에 참여시키는 일련의 일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학생 2명과 교사 2명으로 구성된 선발대의 책임자였다. 우리 일행이 탄 비행기가 김해비행장을 이륙하여 오사까의 간사이 공항에 내리니 시마네현 관리가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인근도시까지 열차를 타고 가서, 다시 일본의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시마네현에 도착하기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주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그들의 안내로 거리축제도 관람하고, 시내를 끼고 있는 큰 호수를 유람선으로 관광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지만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이나 직․간접으로 만난 사람들 모두가 한결같이 친절하였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있다. ‘우긴다’는 말은 ‘억지를 부린다’거나 경상도 말로 ‘택도 아니다’는 뜻이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것이야말로 택도 아닌 말이다. 일본민족의 친절성을 직접 확인하였기에 그들 누구도 택도 아니게 우길 사람들로 생각되지 않는다. 실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속이다.

  울릉도에는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 가까이 있는 독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관광코스가 개설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곳을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절박함이 없어서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 독도는 단지 부서지는 파도, 갈매기가 쉬어가는 섬, 우리 국토의 동쪽 끝 정도로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울릉도와 시마네현의 관광을 더 보태는 것이 전부이다.

  이번에 경주방문 시 대능원의 천마총을 보면서 독도에 관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출토 유물과 고분의 구조 등을 비교, 검토해 볼 때 이 고분의 피장자는 지증왕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증왕이 누군가. 즉위 10년인 512년에 이사부를 시켜서 우산국을 정벌하게 했으며, 삼국통일의 기초를 다진 장본인이 아닌가.

  그렇다. 그때부터 우리 땅이었던 독도. 아니 우리 땅이라고 할 필요조차도 없는 독도를 생각하며 나는 꿈을 꾼다. 타임머신을 타고 1천5백여 년 전으로 돌아가 이사부가 되는 꿈이다. 대마도를 빼앗아 우리나라로 복속시키는 이사부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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