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섬초롱꽃

죽장 2005. 10. 13. 13:20
  3월 들어 교실 앞 하단에 뭔가 돋아나고 있었다. 건물 북쪽에 만들어진 화단인지라 늦게까지 눈이 쌓여 있었는데 그 눈이 녹으면서 동시에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차츰 자라는 모양을 보니 부드러운 이파리가 취나물 같았다. 유월 들어 꽃대가 쑥 올라오고 이내 기다란 종모양의 미색에 가까운 흰꽃이 피어났다. 꽃은 온통 짧은 털에 쌓여 있었다. 가느다랗게 솟은 꽃대가 바람에 넘어지거나 부러질까봐 지주를 세워 묶었다. 짙은 향기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섬초롱꽃이라 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니, 해안지대에서 자라는 섬초롱꽃은 여러해살이풀로 울릉도 특산 식물의 하나이며 바닷가 풀밭에서 자란다고 한다. 흰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는 것을 흰섬초롱꽃, 꽃이 짙은 자줏빛인 것을 자주섬초롱꽃이라 하며, 한여름 밤, 울릉도 해안가를 거닐다 보면, 섬초롱꽃의 고개 숙인 모습이 종 모양의 초롱불이 주렁주렁 매달린 듯하여 순박하고 정스러운 시골 정취를 느끼게 한다고 적혀 있다.

  우리 학교 1년 학생 중에 눈에 띄는 아이가 있다. 손놀림이나 행동거지가 착하고 성실하여 이름을 물었더니 ‘초롱’이라고 대답한다. “그래 저기 화단에 핀 꽃을 섬초롱꽃이라 하는데 너와 닮은 것 같구나” 했다.

  보아라. 눈부실만큼의 순백으로 희지도 않은 겸손한 색깔의 꽃이,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지도 않잖아. 이파리는 또 얼마나 부드럽니.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거기다가 붙임성까지 좋아 낯가리지 않고 잘도 자란다. 거기다가 뿌리를 뻗어 새싹을 키워내는 적극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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